주민들 "전쟁 중 가장 강도 높은 폭격"
유엔 사무총장 "용인할 수 없어" 규탄
트럼프 "하마스, 큰 곤경" 이스라엘 두둔
이스라엘이 가자시티에서 지상 작전에 돌입한 16일 가자지구 북부에서 터전을 잃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남부로 향하는 해안 도로를 따라 대피하고 있다. 가자지구=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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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가자시티를 점령하기 위한 지상작전에 본격 돌입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거 피란길에 올랐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마지막 거점인 가자시티를 탈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가자지구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가자시티를 향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민간인 희생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6일(현지시간) 공군 전폭기를 동원한 대규모 공습 직후 가자시티 외곽에서 중심부로 탱크와 장갑차로 무장한 지상군을 투입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 하루 동안 정규군과 예비군 병력이 '기드온의 전차2' 작전의 일환으로 가자시티에서 확대된 지상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기드온의 전차2는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시작한 가자시티 점령 작전명이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테러조직에 대한 해상·공중 봉쇄를 시작했다"며 "이스라엘을 공격하려는 어떤 시도든 고통스러운 대가가 따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 전역에 피란에 나선 주민들이 몰리면서 이날 남부 지역으로 통하는 해안도로가 차량 행렬로 마비됐다. 가자시티와 그 인근에 살고 있는 민간인은 팔레스타인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인 100만 명 내외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스라엘 추산으로도 전체 거주민 중 대피를 완료한 주민은 37만 명에 불과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가자시티 주민들은 이번 폭격을 "지난 2년간 지속된 전쟁 기간 중 겪은 가장 강도 높은 폭격"이라며 전쟁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로이터가 확보한 영상에는 주거 건물이 무너져 내린 잔해 위에서 주민들이 희생자를 꺼내는 장면이 담겼다. 한 여성은 아이의 시신이 담요에 싸여 운반되는 모습을 보며 오열했다. 트럭을 타고 피난 행렬에 오른 아흐마드 아불할은 CNN방송에 "파괴와 잔해에서 벗어나려고 떠나지만 죽음에서 또 다른 죽음으로 향하고 있다. 상황은 최악"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 잇단 경고...미국은 '뒷짐'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월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가자지구를 소유할 것이라며 가자지구의 모든 팔레스타인 주민을 요르단과 이집트 등 인근 국가에 이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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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압박이 이어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은 끔찍하다"며 "이런 일은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 진실"이라며 규탄했다. 유럽연합(EU)도 이스라엘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재도입하는 등 압박을 강화하며 침공 중단을 촉구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기준 EU와 이스라엘 간 무역 규모는 426억 유로(약 70조 원)였고 이 중 약 37%가 특혜를 적용받았다"며 "관세 재도입 조치는 이스라엘에 확실히 큰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스라엘군의 총공세가 이뤄진 이날에도 사실상 묵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간 가자지구 작전 계획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국빈방문차 영국 런던으로 떠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들을 내세워) 인간 방패를 사용하려 한다고 들었는데, 만약 그렇게 한다면 큰 곤경에 처할 것"이라며 오히려 하마스를 압박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번 주 중동을 방문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역시 이날 "평화 협상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은 공격받은 당사자이며, 전쟁을 어떻게 진행할지는 그들의 결정"이라고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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