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19일(현지시각) 런던 총리관저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선언을 하는 영상 연설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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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요 서방 동맹국인 영국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했다. 한국과 일본은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반대하는 미국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1일(현지시각) 방송 연설에서 “평화와 두 국가 해결책에 대한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 영국은 공식적으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인질 석방, 폭력과 고통의 종식, 두 국가 해법으로 귀환 등 우리가 보길 원하는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희망으로 하나 되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에 앞서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가 성명을 내어 “캐나다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국 모두에게 평화로운 미래의 약속을 건설하는 협력 관계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스트레일리아와 포르투갈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다.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뉴질랜드, 몰타는 22일 오후 3시(한국시각 23일 새벽 4시)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두 국가 해결책 이행을 위한 고위급 국제회의’ 전후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선언한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장 마무드 아바스는 미국으로부터 비자 발급을 거부당해 화상으로 연설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회의를 보이콧할 예정이고,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지만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지는 않은 독일은 외무장관이 참석한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 협상이 선제 조건이라며 “독일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두 국가 해법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이뤄질 것이나, 이 과정은 반드시 지금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보도했다. 유엔 193개 회원국 중 150개국 이상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은 그동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독립국으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왔으나,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인정하지는 않아 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협상을 우선해야 한다는 시각이었지만, 이스라엘이 대규모 민간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가자전쟁을 지속하고 국제법상 불법인 유대인 정착촌도 확장하자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반대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당국자는 21일 “우리의 초점은 보여주기식 제스처가 아닌 진지한 외교에 있다”며 서방 주요국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보여주기”라고 비난했다.
우리 외교부 관계자는 22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한 여러 국가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서 진지하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한국 정부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일본도 비슷한 태도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는 향후 정세 변화를 주시하면서 특별한 관심을 갖고 (국가 승인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일본 정부는 팔레스타인의 국가 승인 문제와 관련해 일관되게 ‘두 국가’ 해결 방안을 지지해온 만큼, 국가 승인 자체는 문제가 아니며 언제 승인할 것인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여러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따 “미국 정부가 팔레스타인의 국가 승인을 보류하도록 일본 정부에 비공식 요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는 당분간 팔레스타인의 국가로 승인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며 “국가로 인정할 경우 (이스라엘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과 관계 악화를 우려한 측면이 있다”고 보도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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