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석 작가(64·오른쪽)가 대구 수성구 범어지하도상가에 위치한 ‘대구아트웨이(DAEGU Artway)’의 ‘오픈갤러리B’에서 26일 자신의 작품인 ‘대붕역풍비’를 철거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구 선생이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은 ‘명언’ 입니다. 이게 정치적이면 동대구역 광장에 세워진 박정희 동상은 뭡니까.”
대구 수성구 범어지하도상가에 위치한 ‘대구아트웨이(DAEGU Artway)’의 ‘오픈갤러리B’에서 26일 변태석 작가(64)가 자신의 작품인 ‘대붕역풍비’를 들어내며 말했다.
변 작가의 작품은 전국시대 철학자이자 문학가인 ‘장자’ 제1편 소요유에 나오는 ‘대붕역풍비 생어역수영’이란 구절을 우리말로 서각한 것이다.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오른다’라는 뜻의 이 구절은 김구 선생의 ‘백범 어록’에도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좌우명이라고 여러 번 언급한 명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을 관리하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지난 24일 변 작가의 작품을 포함한 6점의 작품을 철거하라고 요청했다. 해당 작품들이 정치적 내용을 담고 있어 전시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박영균 평화통일실천연대 대표가 26일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명언이다’라는 작품 설명 탓에 철거 요청을 받은 신종호 작가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퇴직 교사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실천연대’는 변 작가를 포함한 11명이 만든 23개의 서각 작품을 지난 22일부터 이곳에 전시하고 있다.
변 작가는 “2009년에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의 어록조차 정치적이라고 한다면 어떤 예술 작품이 정치적이지 않을 수 있나”라며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동상이야말로 정치적인 것 아니냐”고 따졌다.
진흥원측이 ‘문제작’으로 꼽은 작품은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나 어록이 담긴 작품들이다. 신종호 작가의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라는 작품은 글귀만으로도 문제가 됐다. 작품 설명에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명언이다’라는 설명이 쓰여서다.
현행 대구아트웨이 내규에는 ‘전시 내용이 정치적·종교적·상업적 성격을 띠는 경우 오픈갤러리 대관을 제한한다’고 명시돼 있다.
김형섭 평화통일실천연대 운영위윈장은 “대관 신청 시 생명과 평등, 평화, 통일을 주제로 삼았다고 밝혔고 이에 따른 전시를 기획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생전 평등사상과 생명사상을 중심으로 정치를 펼쳐 작품에 포함했다. 이와 관련한 민원이 제기된 것도 없다고 하는데 왜 철거하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흥원은 당초 정치적 내용을 다룬 작품은 전시할 수 없다고 단체 측에 사전 공지했다는 입장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전시 주제만 정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이 전시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며 “내부적으로 해당 작품이 정치적이라고 판단하고 규정에 따라 철거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중구 산하기관인 봉산문화회관에서는 지난 2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을 풍자하는 내용의 미술 작품을 내걸었다가 전시실이 폐쇄됐다.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씨, 이승만 전 대통령을 화투패에 그려 풍자한 작품이 ‘정치적 목적의 홍보’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에는 대구미술관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 초상화 작품이 걸리자, 지역의 예술가가 이를 풍자한 작품을 대구문화예술회관에 전시했다가 전시실이 폐쇄돼 논란이 일었다.
☞ [단독]‘윤석열 비판’ 작품 걸었다고···미술관 전시실 폐쇄한 대구 중구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398838?type=journalists
☞ 윤석열 풍자했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 그렸다고···대구서 전시실 폐쇄·작품 철거 잇따라 ‘파문’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398964?ntype=RANKING&type=journalists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