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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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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시장 정체에 … DB손보, 해외서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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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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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B손해보험이 2조3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포테그라를 인수하며 북미와 유럽 등 주요 보험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보험사는 그간 동남아시아의 보험사를 인수하거나 영미권 주요 금융사의 소수지분을 사들이는 식으로 해외 인수·합병(M&A)을 진행해왔으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DB손보가 이번 인수에 투입하는 금액은 연간 당기순이익보다 5000억원이나 더 많은 수준이다. 거대 자본을 들여 거래를 맺은 건 그만큼 국내 보험시장이 정체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 이상 한국 시장에 안주해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도가 모두 빨라지는 데다가 각종 상생금융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보험료 책정도 용이하지 않아 시장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DB손보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는 국내 전체 손보사가 올해 65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암담한 예측까지 나온다. 몇 년 새 기상이변이 심해지며 자동차 침수 사고 등이 급증했지만, 상생금융 압박에 따라 4년간 자동차보험료를 높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경상환자 8주 이상 치료에 제한을 두는 등 차보험 손해율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보험사도 해외 시장 진출 등으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포테그라 그룹 인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타개책으로 단행됐다. 특수한 사고를 보상하는 스페셜티 보험, 신용·보증보험, 보증 등 보험 관련 서비스 사업을 3대 축으로 삼아 미국 전역과 유럽 8개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포테그라그룹은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활동하고 있고, 국내 보험사들과 비교해도 수익성이 높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보험사의 수익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평균 합산비율이 있는데, 이는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쳐 계산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보험사의 이익이 많다는 의미가 되는데, 국내 보험사 대부분이 90%대 후반인 것과 달리 포테그라는 90%대 초반을 유지 중이다.

    향후 전망도 밝은 편이다. 미국 보험업계에 따르면 포테그라의 주력 사업인 상업용 스페셜티 보험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16.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 차보험 시장의 성장률인 5.6%와 비교해 3배 수준이다.

    포테그라를 통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으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한다는 의미도 있다. DB손보는 미국에서 뉴욕지점을 중심으로 상업용 건물 종합보험, 개인용 주택화재보험, 상업용 운송트럭 자동차보험 등을 판매 중이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 특수 보험 사업까지 갖추며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포테그라그룹이 유럽에도 진출해 직전 5년간 연평균 35%의 속도로 신장해온 만큼 영국, 프랑스 등으로의 진출도 도모해볼 수 있다. 한국에도 포테그라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가 커지고 있어 오토바이 등을 활용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특수형태근로가 늘어나는 상황인데, 기존 보험으로는 커버가 되지 않아 특수 보험을 통해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DB손보의 포테그라 투자는 경영권 거래라는 점에서도 관심받는다. 국내 보험사는 해외에 투자할 때 주로 소수지분만 사들여 배당 수익을 올리는 방식을 택해왔다. 이 방법은 한 번에 거대 자본을 투입할 필요가 없어 부담이 크지 않지만 이사회에서 발언권을 갖기가 힘들어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는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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