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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강준모의 빵집 일상] 저성장·고물가 사회…우리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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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강준모 베이커리 점주


    깁밥 한 줄이 5000원 하고, 국밥 한 그릇이 1만원을 넘어간다. 주머니 사정이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먹던 서민들을 위한 메뉴들의 가격이 그렇다. 원부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박리다매로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던 많은 착한 식당들이 최소한으로 판매가격을 올렸지만, 판매마진을 충분히 챙기지 못했음에도 매출이 부진하다. 한식이 부담이 되면서 햄버거 등 가성비 메뉴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도 흘러나온다. 물가 상승이 사람들의 식습관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내가 운영하는 빵집도 예외가 아니다. 빵도, 샌드위치도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 특히 선물류, 케이크 등 가격이 부담되는 품목들이 소비자들의 주된 쇼핑 리스트에서 빠지고 있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샌드위치 절반 사이즈, 작은 케이크, 가성비 제품들의 종류를 늘리고 있지만 솔직히 역부족이다.

    원래 물가 상승은 경제가 성장할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고, ① 경제 성장 > ② 고용 증가 > ③ 임금 상승 > ④ 물가 상승의 흐름을 거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지금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가? ①, ②가 생략된 상태에서 ③부터 시작하는 모습이다. 한국은 이제 고물가·저성장 사회를 맞이한 것이다.

    혹자는 최근 몇 년간 물가는 올랐지만 최저임금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③, ④의 흐름에 대해 반박할 수도 있겠다. 급여는 오르지 않았는데 물가만 올랐으니 소득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불평인데, 물론 그것도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임금 인상이 다가 아니다. 넓게 봤을 때 사람의 값이 크게 올랐고 계속 오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고비용 사회이고,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 되었다.

    이러한 고비용 사회가 도래한 데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컸다. 그리고 근로시간에 대한 52시간 제한도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하나의 충격도 컸는데, 두 가지가 같은 시기에 진행되면서 파괴력은 배가되었고, 여파가 수년에 걸쳐서 지금까지도 단계적으로, 누적적으로, 지속적으로 제반 비용의 상승에 반영되고 있다. 이에 더해 산업재해 방지를 위한 노력도 많이 진행됐다. 가령 건축비용이 급격히 올랐는데, 그것은 꼭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포기할 수 없다 생각하는 안전, 환경, 인권 관련 수많은 문제들이 현실에서는 모두 비용 문제가 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새벽노동 금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 모든 것들이 비용이다.

    근로자들의 건강과 생명이 귀하고, 좋은 환경에서 일해야 하고, 인간다운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이상이다. 그것이 잘못된 목표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무엇이든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이상을 달성하고자 하는 자, 그 비용을 감당하고 현실을 인정하라.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는 사회는, 구조적으로 고비용을 감수하는 사회고, 현실에서는 그 이상을 위해서 성장을 양보하는 사회다.

    경제가 성장을 못하니까 운 좋게 좋은 직장을 다니는 몇 사람을 제외하면 다들 돈 벌기가 어렵고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힘들다. 사람의 값이 비싼 사회인데 일을 못하니까 역설적으로 수입이 충분하지 못하다. 현실적으로 고물가 사회에서 수입이 없으면 바로 그곳이 지옥일 수 있다.

    저성장, 고물가, 실업의 문제가 정말 견디기 힘든가? 정말로 그것을 피하고 싶다면 사람의 값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려는 그 따뜻한 마음, 욕심을 조금은 내려놓고 그 속도를 조절해야 할 것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다시 경제의 성장을 위한 방향으로 중심을 이동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싫다면 스스로 원해서 도래한 현재의 세상에 대해서 더 이상 불평을 하지 말자. 그것이 우리가 선택한 사회다.

    [강준모 베이커리 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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