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작전 간 격멸된 러시아군 기계화 부대 러시아군 전사자 유해를 수습하는 자원 봉사자 올렉시 유코프와 자원 봉사대원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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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됐다. 과연 첨단기술만 갖추면 전장을 지배할 수 있을까. 군사력의 근간은 물적·양적 준비다. 클라우제비츠는 수적 우세의 법칙을 강조했고, 트레버 두푸이 역시 전투력 방정식(S=K·N²)을 통해 병력의 수(N)와 질(K)이 전쟁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전투로봇, 자율드론, 초정밀 미사일을 거론하며 "첨단 유무인 복합전력을 갖춘 50명이면 수천, 수만의 적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러·우 전쟁은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인 복합전력을 운용 중인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끝나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대규모 징병 중이다. 기술이 전부가 아닌 것이다.
전쟁은 수많은 마찰과 불확실성 속에서 진행된다. 이를 극복할 힘은 병력, 보급, 유지 능력에 기초한다. 그리고 우린 이 모든 것이 부족하다.
특히 인구절벽 경고는 이미 1990년대 보고서에서 제기됐지만, 최근 급격히 대두된 공백은 복무기간 단축에서 비롯됐다. 문재인 정부는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였고, 윤석열 정부도 이를 환원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19년 56만 명 수준이던 병력이 2025년에는 45만 명으로 감소하며, 육군은 같은 기간 10만 명 이상 줄었다. 아무리 첨단 전력을 강조해도 이 병력으론 적의 제파식 돌격을 막기 어렵다. 게다가 아측 해·공군 기지에 대한 핵 타격 정황이 있는 북한군이다.
한국 해·공군 기지에 핵 타격을 가하면서 우리보다 숫적으로 5배 이상 우세한 100만에 가까운 북한 육군은 전자전, 드론, 방사포와 탄도탄에 의한 화력 타격에 나설 것이다. 그들이 제파식으로 돌파, 첨입, 포초와 포위소멸 공격을 가하면 수적으로 너무도 부족한 우리 육군 단독으론 막아내기 어렵다. 전방 일대를 뒤덮을 화학탄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북한군은 더 이상 숫자만 많은 허수아비가 아닌 것은 쿠르스크 전장에서 이미 확인됐다.
즉, 예비전력 260만이 소집되기 전에 전투지역 전단이 피탈될 수 있다. 전방이 돌파되면 해·공군 기지는 곧바로 위협받고, 해병대 역시 상륙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우리는 세계 5위 군사력"이라는 발언, 그렇다면 한국이 핵 보유 9개국보다 강하다는 뜻인가? 한국은 북한 대비 개별 장비의 질적 우위는 확보했지만, 병력 부족은 총체적 군사력 우위를 상쇄시킨다. 군무원이 경계근무에 투입되고 자주포 운용 인력이 부족한 현실은 재래식 전력 붕괴의 단면이다.
"외국군 없이는 자주국방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굴종적 사고", "외부 충돌에 휘말려도 안되고 우리 안보가 위협받아서도 안된다"는 동맹 인식에 관한 발언은 듣기에 따라선 한미상호방위조약 제2조, 제3조를 이행치 않겠다는 선언으로 보일 수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한미동맹은 우리 힘을 배가시키는 전투력 승수"라고 말했다. 3축 체계만으론 부족하다. 자체 핵무장에 버금가는 북핵 억제에 대한 대책도 없이 정치 논리, 이념 프레임으로 안보동맹을 폄훼하는 것은 자해행위이다. 자주국방은 연합방위 역량에 기초한 실존적 억제력이다. 동맹관계인 미국과 나토는 물론 심지어 러시아조차도 북한에 도움을 받는다. 이들 모두가 굴종적인가. 우리의 기술 발전만큼 적도 대응책을 개발한다. 총괄평가적 현실 인식 위에서 동맹과 함께 연합방위력을 강화하고 그 위에 첨단 군사기술을 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주국방은 위험천만한 수사에 그칠 뿐이다.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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