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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국방과 무기

    ‘전투의 실리콘밸리화’ 러·우전쟁으로 스타트업 중심 재편된 유럽 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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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공개 행사에서 헬싱 제작팀이 신형 방공 시스템 ‘CA-1 유로파’ 옆에 서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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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드론(무인기)이 전면에 나선 ‘첨단 전쟁’이 현실화하자, 유럽의 신생기업(스타트업)들이 정부 주도의 군수체계를 대체하며 무기 개발의 속도와 판도를 바꾸고 있다. 민간 자본을 앞세워 연구·시제품을 신속히 내놓는 이들은 저비용·소프트웨어 중심 무기 혁신을 앞당기지만, 안보 우선순위와 민간 이익이 충돌할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기존 유럽 방위산업은 정부가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민간 투자자가 먼저 돈을 투입해 연구·시제품 개발을 앞당기고 이후 정부가 구매자로 나서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독일 국방부 자문관 출신 군드버트 셰르프는 2021년 스포티파이 창업자 다니엘 엑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아 방산 스타트업 ‘헬싱(Helsing)’을 창업했다. 뮌헨 본사를 둔 헬싱은 우크라이나에 드론을 공급하고 수 주마다 기술·전략 변화에 맞춘 업그레이드를 제공한다. 현재 기업 가치는 120억유로(약 19조원)에 이르며, 유럽에서 가장 급성장한 스타트업 중 하나로 꼽힌다.

    자문업체 맥킨지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국방 관련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310억달러(약 43조원)로 전년 대비 33% 늘었다. 유럽만 보면 2021~2024년 사이 투자액이 직전 3년보다 5배 많았다. 이런 자금은 주로 저비용 미사일·드론 요격기, 인공지능(AI) 전투기 등 혁신적 방산 영역으로 흘러들고 있다. ‘스파이 바퀴벌레‘를 개발하는 스웜 바이오택틱스 같은 신생 기업도 주목받는다.

    헬싱 공동창업자 토르스텐 라일은 “과거 유럽 벤처캐피털은 국방에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국방에 투자하려 한다”고 말했다.

    민간이 주도하는 ‘상향식’ 경쟁 방식은 기존의 ‘하향식’ 체계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혁신을 이끌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영국의 케임브리지 에어로스페이스는 창업 1년 만에 드론·미사일 요격기를 개발해 시험과 생산 준비를 마쳤고 크라켄 테크놀로지는 “10주 만에 시제품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크라켄 테크놀로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혁신 보조금을 받아 무인 수상정 개발에 뛰어들었고, 독일 조선업체 NVL 그룹과 합작을 맺으며 몸집을 불렸다. 창업자인 말 크리스는 “한 척 가격이 25만달러로 군수 조달 세계에서는 파격적 저가”라며 “무기 개발의 패러다임을 단기간에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민간 투자자의 최우선 순위가 이윤이라는 점에서 국가 전략 목표와 충돌할 가능성, 군산복합체의 비대화와 첨단 무기 남용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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