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 3500선을 돌파하며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3549.21로 마감한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에서 관계자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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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역사에서 9월은 ‘가장 우울한 달’이다. 주가가 떨어진 달이 많고, 평균 수익률이 최악이었다. 뉴욕 증시 나스닥지수의 경우 2000∼2023년까지 24년 사이 9월에 하락한 경우가 14번이었다. 지수의 월간 등락률을 보면 9월엔 평균 2.26% 하락해, 연중 가장 나쁜 달이었다. 2020년대 들어서는 ‘9월 급락’이 특히 심했다. 2020년(-5.16%) 2021년 (-5.31%) 2022년(-10.50%) 2023년(-5.81%) 4년 연속 9월만 되면 가을 낙엽 떨어지듯 떨어졌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는 달랐다. 지난해 9월엔 2.68% 올랐고, 올해는 5.61%나 올랐다. 2년 연속 9월 징크스를 벗어났다. 이제 희망찬 10월을 기대해도 좋을까?
10월은 폭락의 아픈 기억이 있는 달이다. 1929년 다우지수 시가총액의 40%가 날아간 월스트리트의 대폭락(Great Crash)은 10월24일 ‘검은 목요일’부터 나흘 사이에 일어났다. 1987년 다우지수가 22.6% 폭락한 ‘검은 월요일’은 10월19일이었다. 하지만 그건 과거사이고, 2000년대 이후에는 9월이 가장 우울한 달, 10월엔 주가가 오르는 달이었다. 2000∼2023년 사이 10월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의 변동률은 ‘평균 2% 상승’이었다.
뉴욕 증시는 왜 가을에 우울해지는가? 앤드루 그레이엄 잭슨스퀘어캐피털 대표는 2022년 8월29일 씨엔비시(CNBC) 기고문에서 ‘실망의 가을’ 설을 제기했다. 그는 “증권사 연구원들이 연초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다가 2분기 어닝 시즌이 끝날 때쯤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때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는 경우가 많아 9월 증시 성적표가 좋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9월은 투자자들이 연말까지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을 파는 시기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실망이 꼭 9월에 불거지라는 법은 없다. 지난해의 경우 8월 초 뉴욕 증시가 발작을 일으켰다. 8월1일과 2일, 5일의 3거래일동안 나스닥종합지수가 7.95% 급락했다. 세계 기업 시가총액 1위에 오르며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인공지능 반도체 칩 설계업체 엔비디아의 실적과 성장성에 대해 우려가 쏟아진 것이 계기다. 미국 고용지표가 계속 나빠지며 경기가 급격히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퍼졌다.
아시아 증시는 8월 5일 ‘검은 월요일’을 연출했다. 코스피가 8.77% 폭락했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200 이상 빠진 것은 국내 증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2.4%나 폭락했다.
9월을 큰폭 상승으로 넘긴 올해 뉴욕 증시는 10월도 해피엔딩을 이어갈 수 있을까? ‘과열론’이 계속 확산되는 것이 부담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500개 대형주로 구성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12 MF PER, 현재의 시가총액을 향후 12개월간 예상 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9월 말 22.9배로 5년만의 최고 수준이다. 이 수치는 높을 수록 주가가 고평가되고 있음을 뜻한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1999년 인터넷 버블 때 24.3배까지 상승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뒤 1년 가까이 주가가 더 올랐으니, 지금의 주가수익비율로 거품 붕괴가 임박했다고 말하는 건 무리다. 다만 기업 실적에 견줘 주가가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는 국면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이 얖으로도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매우 비싼 값에 주식을 사고 있는 까닭이다. 엔비디아의 9월말 기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34.3배 가량이다.
최근 3년간 뉴욕증시를 달구고 있는 것은 소수의 빅테크 기업이다. S&P500 지수는 2023년 1월초부터 올해 9월30일까지 사이 74.2%나 올랐는데, 이 기간 동안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으로 불리는 엔비디아, 애플, 알파벳, 테슬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이 지수 상승분의 57.9%를 끌어올렸다. 브로드컴, 오라클, 팔란티어 등 최근 주가 상승세가 가파른 3개 종목을 추가하면 10개 종목이 지수 상승분의 67.4%를 끌어올렸다. 올해 들어서는 인공지능 관련 업체인 브로드컴, 오라클, 팔란티어의 기여도가 커졌다.
9월23일 경제전문 매체 시엔비시(CNBC)가 인용해 보도한 니콜라스 콜라스 데이터트렉리서치 공동 창업자의 보고서는 ‘뉴욕 증시가 단기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S&P500 지수 업종간 상관관계가 장기 평균 대비 거의 2표준편차 낮은 0.64 수준이라며, 이는 “과도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기술주와 인공지능 관련 종목에 과도하게 몰리고 있으며, 낙관론이 불편할 정도로 높아져 있어 악재에 따른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주목해야 하는 것은 실적이다. 10월 15일 테슬라를 시작으로, 22일 메타, 23일 애플과 아마존, 27일 마이크로소트프와 알파벳이 실적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해질 시기다. 다만, 최근 가장 뜨거운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인 팔란티어(11월9일), 엔비디아(11월18일), 브로드컴(12월10일), 오라클(12월14일)의 실적 발표는 11월과 12월에 이뤄진다는 점이 10월 증시의 긴장도를 낮춘다.
코스피는 9월 이후 ‘반도체 장’이 펼쳐지고 있다. 코스피가 8월 말 3186.01에서 9월30일 3424.60으로 7.5% 오르는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20.4%나 올랐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 주가는 29.2%나 뛰었다. 두 종목 합계 시가총액은 141조2062억원 불어나,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 증가분 198조7588억원의 71%를 끌어올렸다. 10월 코스피도 이 두 종목의 실적 전망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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