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패트리엇 추적 피하려고, 탄도 미사일 종말 단계의 급강하ㆍ회피 기동 능력 ‘개선’
FT “계속 진화하는 ‘고양이와 쥐의 싸움’…美방산업체 대응이 늦어”
9월15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진행된 러시아ㆍ벨라루스 합동 군사연습에서 러시아군이 이스칸데르 전술 미사일을 이동형 발사대로 옮기고 있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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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하는 미국제 패트리엇(Patriot) 방공 시스템을 회피하도록 탄도미사일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해 패트리엇의 요격률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런던 소재의 전쟁 데이터 및 전쟁 범죄 데이터 분석기관인 CIR의 분석을 토대로 보도했다.
FT는 러시아의 미사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는 이동형 트럭에서 발사되는 이스칸데르-M(Iskander-M)과, 미그-31에서 공중 발사되는 킨잘(Kh-47M2) 두 종류의 미사일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스칸데르-M의 최대 사거리는 500㎞, 킨잘은 480㎞이다.
미그-31에서 발사되는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위)과, 이스칸데르-M 미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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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이들 무기를 제조하는 미 방산업체 관계자,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최근 두 미사일에 대해 전형적인 탄도 궤적을 따라 비행한 뒤 급격한 최종 강하를 하거나 패트리엇 시스템이 혼란을 일으키도록 마지막 단계에서 회피 기동을 하도록 업그레이드해서, 요격을 어렵게 했다고 밝혔다.
관료 출신의 한 우크라이나 인사는 “이 업그레이드는 러시아에겐 게임 체인저(game-changer)”라고 말했다.
10월1일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폴란드 남부 제슈프에서, 폴란드 주재 독일 대사와 독일군 사령관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서독의 패트리엇 시스템 앞에 서 있다./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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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엇의 미사일 요격률은 최근 몇 달 동안 급격히 하락했다. 8월 37%에서 9월에는 6%로 떨어졌다.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은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대도시와 군사기지를 러시아의 탄도미사일ㆍ활공폭탄ㆍ드론과 같은 대규모 복합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다층(多層) 방어 구조에서 핵심 요소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
우크라이나 공군은 지난 1일 러시아가 쏜 4기의 이스칸데르-M 미사일이 모두 우크라이나 내 타깃에 명중했다고 발표했다. 또 8월28일에는 2기의 러시아 미사일이 수도 키이우의 튀르키예제(製) 드론 바이락타르(Bayraktar) 제조공장에 명중했다. 지난 여름 러시아 미사일은 패트리어트 방공시스템이 지키는 수도 키이우 소재의 드론 제조공장 네 곳을 크게 파괴했다.
미 국방정보국(DIA)도 4월1일~6월30일 기간을 조사해 작성한 보고서에서 러시아 미사일에 대한 ‘전술적 업그레이드’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이 패트리엇으로 러시아 탄도미사일을 방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 업그레이드는 미사일이 예상되는 탄도 궤적을 따르지 않고, 회피 기동(maneuvers)을 수행해 궤적을 변경하는 기능을 포함한다.
탄도 미사일의 궤적은 일반적으로 발사각과 속도, 중력과 공기 저항의 영향력 등을 고려해서 예상된다.
러시아의 주요 탄도 미사일 중에서 킨잘은 음속의 10배로 나는 ‘극초음속’ 미사일로 알려졌고, 이스칸데르-M은 상승과 종말 단계에서 회피 기동을 하는 미사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패트리엇을 이용해 ‘극초음속’ 킨잘을 2023년 5월 처음 요격했고, 지금까지 15기 이상의 킨잘을 요격했다.
우크라이나군의 패트리엇은 이스칸데르-M도 일부 요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킨잘과 이스칸데르-M 미사일 모두,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나게 종말(terminal) 단계 회피 기동 능력을 강화했고, 이 탓에 패트리엇의 요격률이 최근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6월28일 러시아가 발사한 탄도미사일 7기 중에서 요격된 것은 1기였고, 7월9일 키이우에 대한 대공습에선 13기의 미사일 중 7기만 요격됐다고 한다.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미사일과 요격 시스템의 관계는 진화된 기술을 계속 적용하는 ‘고양이와 쥐의 싸움’과 같다고 말한다. 특히 이미 회피 기동 능력을 갖춘 이스칸데르-M의 경우엔, 소프트웨어 변경을 통해, 좀더 급격하고 신속하게 기동하도록 개선해 패트리엇의 추적 능력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패트리엇 시스템의 요격 데이터를 미 국방부와 패트리어트 시스템 제조사인 레이시온, 요격 미사일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과 공유하고 있다. 러시아의 탄도 미사일 업그레이드에 따라 요격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맞대응 노력이 러시아의 전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 군사 전문가는 말했다.
오슬로 대학교의 미사일 연구원인 파비안 호프만은 FT에 “미사일 제조사나 요격 미사일 제조사 모두 요격 데이터를 분석해 각각의 성능을 개선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러시아 이스칸데르-M의 경우 값비싼 하드웨어 변경보다는, 유도 시스템을 조정하여 미사일이 타격 직전에 빠른 기동을 수행하고 급강하(dive)를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수치와 위치는 비공개지만, 현재 우크라이나는 모두 6개의 패트리엇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이 확인된다. 이밖에 독일과 노르웨이가 추가로 3개의 패트리엇 시스템을 제공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 파트너들에게 더 많은 패트리엇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트럼프 행정부에 모두 10개의 패트리엇 시스템을 150억 달러에 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패트리엇의 실제 구매ㆍ양도 시기는 늦어지고, 러시아군은 예년처럼 겨울을 앞두고 ‘진화된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공격하고 있어 “올겨울 암흑화(블랙아웃) 전략의 타격은 특히 클 수 있다”고 젤렌스키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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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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