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여전히 교역 단절로 ‘맞불’
중, 구글 이어 미 기업 조사 계속
첨단 기술 경쟁국 견제 의도 깔려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양국의 샅바싸움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중국산 식용유 수입 등 중국과의 일부 품목 교역을 단절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전날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인 한화필리조선소 등 5곳에 대한 제재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희토류와 배터리 등 수출 통제에 이어 중국이 미국 기업 대상 반독점 조사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수년 전부터 미국의 제재 명단과 유사한 ‘신뢰할 수 없는 기관’ 목록을 운용하며 외국 기업들을 제재 대상에 올려왔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 국면에서 특히 중국의 반독점 조사가 대미 압박 수단으로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퀄컴, 엔비디아 등에 대한 중국 당국의 반독점 조사를 예로 들며 “중국이 트럼프에게 반격하기 위해 미국 기업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특히 중국의 반독점 규제 당국인 시장감독관리총국은 퀄컴이 지난 6월 이스라엘의 차량용 통신 반도체 제조업체 오토톡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10일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은 반독점법에 따른 통상적인 법 집행이라는 입장이고, 퀄컴도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시기가 미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발표 이후 미국이 추가 100% 보복 관세를 예고하면서 미·중 무역갈등 전운이 고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의 10% 추가 관세에 대응해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4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에 맞서 미국 화학기업 듀폰의 중국 법인을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를 벌였다. 두 조사는 각각 9월과 7월 미·중 고위급 무역회담을 앞두고 중단됐는데, 이 때문에 협상력 극대화를 노린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반독점 조사는 단지 무역전쟁 전술만이 아니라 기술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구글 조사는 미국 소프트웨어 의존을 구조적 취약점으로 보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맞서 자국산 OS 기반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깔려 있다. 퀄컴 조사는 커넥티드 차량 업계의 경쟁자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이 2020년 조건부 승인을 해줬던 엔비디아의 멜라녹스 인수에 관한 조사에 지난달 착수한 것도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경계하는 시선이 반영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반독점 예외주의> 저자인 앤절라 장 미 남가주대 로스쿨 교수는 중국의 반독점 조사가 “무역전쟁의 협상 수단이자 공급망 안보의 메커니즘으로서 일석이조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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