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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심각해지는 고용 연령 양극화..30대·60대 빼곤 일자리 ‘총체적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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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데이터처, 9월 고용동향 발표

    전체 취업자 31만명 늘어서 19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

    60세 이상만 38만명 증가해 전체 증가분 초과

    지난 9월 전체 취업자 수가 31만명 이상 늘어 1년 7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지만, 청년층은 14만6000명이나 줄어 모든 연령대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제조업과 건설업도 각각 15개월, 1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양질의 일자리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30대와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취업자가 줄어 고용시장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모습이다.

    조선일보

    '2025년 해양수산 취업박람회'가 열린 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군 장병· 취업준비생 등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며 음료를 마시고 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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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915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만2000명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2월(32만9000명)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 들어 5월(24만5000명)을 제외하고 매달 10만명대를 맴돌다가 9월 들어 크게 늘었다.

    반면 청년(15~29세) 취업자는 14만6200명 감소했다. 제조업(-6만1400명)과 건설업(-8만3500명)도 동반 감소했다. 40대와 50대 취업자도 각각 4만5200명, 1만1000명 줄었다.

    특히 50대는 작년까지는 계속해서 매달 취업자 수가 전년대비 증가했는데, 올해 들어 1월부터는 9개월 연속 전년대비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50대 인구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지만, 그 보다는 50대 취업자가 많은 건설업 등에서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취업자에 부정적 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60세 이상은 38만700명 증가해 전체 증가분을 훌쩍 넘어섰다. 30대(13만3300명 증가)를 제외하면 청장년층 일자리는 모두 감소하고, 고령층 일자리만 폭증하는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상용직 34만명 늘었지만 자영업 5만5000명 ‘증발’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고용 양극화는 더 뚜렷하다. 상용직 취업자는 34만400명 늘어 증가세를 주도했다. 임시직(4만3500명)과 일용직(2300명)도 소폭 증가했다. 임금근로자만 놓고 보면 고용 사정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자영업자다. 직원을 쓰지 않는 ‘나 홀로 사장님’(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이 8만4800명 줄었다. 직원을 고용한 자영업자는 2만9900명 늘었지만, 전체 비임금근로자는 7만4700명 감소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가게 운영이 어려워지자 직원부터 내보내고 버티다 결국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별로는 서비스업이 50만8000명 증가하며 전체 고용을 견인했다. 보건복지업(11만8000명), 전문과학기술업(10만7000명), 정보통신업(7만6000명) 등 고부가가치 업종에서 일자리가 늘었다. 도소매업도 2만7500명 증가했다.

    반면 제조업(-6만1400명)과 건설업(-8만3500명)은 부진이 계속됐다. 농림어업도 14만6100명 줄었다. 제조업은 전자부품·화학·섬유 등에서, 건설업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여파로 고용이 감소했다.

    건설업 고용 감소는 수주 급감과 직결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줄었다. 2025년 1분기 종합건설업 신규 등록은 131건으로 2004년 이후 최저를 기록한 반면, 폐업은 160건으로 2011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LG·KT·신세계…대기업 ‘구조조정 칼바람’

    제조업·건설업 부진에 더해 대기업들의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중장년층 고용 불안이 가시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9월 TV사업 부문을 시작으로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LG전자 50세 이상 인력은 1만1993명(16.3%)으로 최근 2년간 23.7% 급증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헬로비전도 희망퇴직에 나섰다.

    KT는 희망퇴직보상금을 최대 4억3000만원으로 올리자 약 2800명(전체의 6분의 1)이 신청했다. 신세계면세점은 2015년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근속 5년 이상 사원까지 대상을 넓혔다. SK온은 사상 첫 희망퇴직을, 엔씨소프트는 12년 만에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재계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 상위 20개 그룹 중 8개 그룹 14개 계열사가 올해 하반기 들어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디지털 전환(DX)으로 인력 수요가 구조적으로 줄면서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 한파, 내년까지 이어질 듯”

    전문가들은 고용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 지표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지난 9월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8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10% 증가했고, 전체 구직급여 지급액은 1조6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늘었다. 실업률은 2.1%로 낮지만, 일자리를 찾는 실업자는 여전히 많다는 의미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서비스업 중심 고용 증가와 고령층 일자리 확대만으로는 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어렵다”며 “제조업과 건설업 회복, 청년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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