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내 내각 회의실에서 회담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왼쪽). 워싱턴/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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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일축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신뢰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대만 독립에 대한 미국의 기존 입장을 조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 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실제 변화가 이뤄질 경우 대만은 물론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안보 환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앤서니 앨버니지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와의 회담 중 기자들 질문을 받고 “중국은 그런(대만 침공) 행동을 원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시 주석에게 대만이 아주 소중한 존재일 수는 있겠지만, 당장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북 경주에서 시 주석과 두번째 임기 시작 이후 첫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방어를 위해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중국은 미국이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면에서 최고를 갖추고 있으며, 아무도 그걸 건드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시 주석과 관련해서도 나는 전혀 그런 위험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 문제와 그 밖의 사안들과 관련해 우리는 아주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과 대만 문제에 관해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의 무역 합의를 위해 대만 독립에 대한 입장을 조정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많은 주제들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대만 문제도 그중 하나일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지금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취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 8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이 있을 때는 대만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는 공식 외교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단교 직후 대만과 실질적 관계 유지를 위해 제정한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의 자위권을 위해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대만 방어를 위해 무력 개입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그럼에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여러 차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발언한 바 있다.
이 발언은 중국이 ‘대만 독립 반대’라는 문구를 트럼프 행정부 공식 입장이 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와중에 나왔다.
국무부 전직 고위 관료는 이날 미국 주요 언론 및 한국·일본·인도 아시아 지역 언론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팀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에서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로 바꾸는 정도는 별일 아니라고 합리화할 수 있다”며 “‘펜타닐 거래’ 같은 단기적 정치적 성과를 얻기 위해 그런 양보를 한다면, 중국은 즉시 대만에 가서 ‘너희는 버려졌다’고 말할 것이며, 이는 대만 내부에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적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지난 5월 샹그릴라 대화에서 강도높게 ‘중국 위협론’을 설파했을 때 백악관이 그 연설에 우려를 표했다”며 “그 이후로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 문제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대중 관계에서 배제됐으며 기존의 대중 강경파들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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