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삼일대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인권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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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규격 위반 등을 이유로 세월호 참사 추모, 학내 문제 제기를 담은 대자보를 철거한 대학에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9일 서울 소재의 한 대학교 총장에게 학생의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학내 게시물을 통하여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과, 학생 상벌규정 중 학업과 무관한 정치적 표현과 관련한 징계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대학에 재학 중인 진정인은 같은 대학 학생들(피해 학생 ㄱ, ㄴ씨)이 대학 내 시설물에 게시한 대자보를 철거당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2024년 5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피해 학생 ㄱ씨는 세월호 10주기 추모 대자보를, ㄴ씨는 대학의 교육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교내에 부착했으나, 대학 쪽은 이들이 정해진 규격을 지키지 않고 사전 승인도 받지 않았다며 해당 대자보를 철거했다.
이에 대해 대학 쪽은 두 학생에 대한 조처는 “홍보물 관련 규정 등에 근거한 것이며, 대자보 내용을 검열한 것이 아니라 절차 위반에 따른 것”이라고 인권위에 설명했다.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소위원장 이숙진 상임위원)는 대학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대학 규정이 학생들의 정치적·사회적 의견표명을 아예 배제하거나, 모든 게시물을 사전 승인 대상으로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해 학생들이 공익적 의견을 표현하고자 한 것인데도 대학 쪽이 단순 절차 위반을 이유로 이를 철거한 것은 학생들의 표현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봤다.
인권위는 아울러 학생들의 정치활동에 관한 상벌 조항을 규정에 명시한 것도 정치적 의사 표현이나 학교의 운영과 관련한 비판적 표현을 자유롭게 게시하는 행위를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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