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도중 급유를 위해 에어포스 원이 카타르 도하에 착륙한 동안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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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만남 여부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이 “그가 연락한다면 만나겠다”며 “만남에 100% 열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 있는 동안 김정은과 만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가 연락해 준다면 만날 것”(I would if he would contact)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한국에 간다’는 걸 내가 인터넷에 올렸다. (그런데) 북한은 핵무기는 많지만 전화 서비스가 충분치 않다. 그러니 당신들(기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그쪽에 (내가 한국에 가며, 김 위원장이 연락하면 만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 나는 열려 있다. 아마 그는 내가 한국에 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인터넷 말고는 (소통)방법이 거의 없다. 그들은 전화 인프라가 매우 빈약하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만남에 열려 있지만, 2019년처럼 본인이 직접 제안하지 않을 것이며,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한 김 위원장이 연락해 올 경우 응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전화가 어렵다’, ‘인터넷 말고는 (소통) 방법이 거의 없다’ 등의 발언은 북한과 물밑 조율이 여의치 않았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2019년 6월 판문점 깜짝 회동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공개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한국에 있는 동안, 만약 북한의 김 위원장이 이 글을 본다면, 비무장지대(DMZ)에서 그와 만나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고 싶다”라는 글을 남겼고 32시간 만에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 회동이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북한에 대해 ‘일종의(sort of) 뉴클리어 파워’라고 지칭한 것도 북한 입장에서는 오히려 후퇴한 발언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확실히 그(김정은)는 뉴클리어 파워”(he is definitely a nuclear power)라고 말했다. ‘확실한(definitely) 뉴클리어 파워’에서 ‘일종의(sort of) 뉴클리어 파워’로 바뀌었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요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당신(기자)이 말했는데, 글쎄, 나는 ‘그들이 핵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라고 밝혔다. ‘뉴클리어 파워’라고 재차 지칭해 북한의 핵무기 보유 현실은 인정하면서도 ‘핵보유국 지위 인정’에는 선을 그은 셈이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의 레이첼 민영 리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한겨레에 “북한에 연락을 취하려 했지만 호응이 없던 상황에서 질문이 들어오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공을 넘긴 거 같다”며 “그동안 ‘북핵을 용인하는 발언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기 때문에 ‘일종의(sort of)’ 핵보유국이라고 표현을 흐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의 북핵에 대한 태도가 유의미하게 바뀌지 않았으므로 북한이 (만남 요청에) 호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날 대 언론 전화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미래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순방 일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서도 “물론 상황은 변동될 수 있다(Obviously things can change)”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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