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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증시 수혜업종 차별화…산업구조 변화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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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코스피 종가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은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 수치가 나타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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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는 계절적으로 약세 가능성이 높다는 9월에도 7% 이상 오르더니, 긴 추석연휴를 마치고 돌아온 직후부터 2주 동안 11% 이상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 중 한미 관세협상 난항과 달러 강세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1430원 이상으로 상승했고 미-중 갈등이 고조되며 글로벌 증시가 일시 하락하는 일도 있었지만, 코스피는 이러한 악재들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이로써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10월24일까지 약 64% 수준인데, 주요국 중 가장 빠른 오름세다.



    이러한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직접적 이유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매수가 집중된 대형주 대비 개인들 보유 비중이 높은 중소형주의 상승률이 크게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대형주에 속한 특정 업종들의 주가 급등이 이번 지수 상승을 견인했고, 그 이면에 주가 상승으로부터 소외된 업종과 종목이 많았던 것이 주된 이유라 할 수 있다.



    올해 우리 증시는 두 단계로 움직였다. 상반기엔 수주 호조와 한-미 관세협상 이후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선, 방산, 원전 업종과 새 정부의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선진화 및 주주환원율 제고 기대를 반영한 지주회사, 금융사들의 상승세가 증시를 이끌었다. 그리고 하반기 들어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중심의 기술주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8월 말 이후 지난 주말까지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주가상승률은 한달 3주 만에 각각 41%, 88%에 달한다. 더불어 글로벌 인공지능 투자 밸류체인(생산·판매 등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련의 과정)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 역시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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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앞서 지적한 이유를 보유하지 못한 산업군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올랐다가 곧 내리는 모습을 반복했다. 국내에는 거버넌스 선진화의 수혜 기업들, 세계적으로는 미-중 패권 경쟁 하에 나타나고 있는 인공지능 투자 경쟁과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받는 산업들을 제외하면 주가 오름 폭이 작고 상승의 지속성도 떨어졌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과 유럽에서도 빅테크 주가 급등과 인공지능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투자 및 차별적 기업가치 상승, 중국에서도 정책 자금이 집중되는 기술주가 강세를 보이는 차별화가 진행 중이다.



    물론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 등 글로벌 관점의 유동성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 아직 중앙은행의 경기 사이클 조절 능력에 대한 신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시장 상승의 원인이다. 그리고 이 같은 요인들은 그동안 소외됐던 업종들의 주가를 일정 부분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유동성 투입만으로 산업 체질이 바뀌진 않는다. 오히려 풍부한 자금은 특정 산업과 기업의 취약한 구조를 감추고 착시를 낳을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거시 경제 상황과 금리 인하 시점을 전망하는 것보다, 변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의 구조를 읽는 것이 필요하다. 미-중 패권 경쟁, 인공지능 투자와 공급망 재편, 나아가 국내적으로 거버넌스 선진화와 주주환원율 제고라는 큰 흐름을 이끌거나 수혜를 받는 업종과 그렇지 않은 쪽의 격차가 계속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지 않으면 올해 내내 지속되었던 것과 같이 ‘지수는 오르는데, 내 계좌 잔액은 별로 늘지 않는’ 경험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최석원 전 SK증권 미래사업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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