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부동산 백지신탁제’가 담긴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 진보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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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부동산 대책 발표 뒤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 2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부동산 백지신탁제 추진을 촉구한 데 이어 28일에는 진보당이 ‘거주 목적 1주택’ 외 모든 주택을 처분하도록 하는 부동산 백지신탁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와 진보당 ‘집 걱정 없는 나라 만들기 특별위원회’(위원장 손솔)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일부 고위공직자의 과도한 부동산 소유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들께서는 고위공직자들이 다수의 부동산을 보유하며 자산을 불리는 모습을 보며 깊은 허탈감과 실망을 느끼고 있다”며 “이 현실을 방치한다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여야 의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드린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해당 법안 초안에는 고위공직자가 ‘실거주 목적 1주택’ 외의 모든 부동산을 취득 90일 안에 팔거나 백지신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적용 대상은 재산 공개 대상 공직자와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국토교통부 등 부동산 정책 관련 기관 소속 고위공무원이다. 다만 주택 외 부동산은 선산 등 불가피한 경우 소유할 수 있게 하고, 이를 인사혁신처에 ‘부동산 백지신탁 관리위원회’를 두어 심사하도록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해 4월 총선 전 공개한 각 정당 정책질의 답변 내용 일부.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찬성 입장을 밝혔다.경실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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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경실련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서울 잠실 고가 아파트 보유 논란, 이상경 국토부 제1차관의 배우자 명의 고가 아파트 보유 논란 등을 언급하며 “국회의원 중 과다 부동산 보유자는 본인·배우자 명의 중복 제외 115명에 달한다.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책 신뢰도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실련의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정책 제안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동의한 바 있다. 이제는 실행할 때”라고 밝혔다.
공직자 백지신탁은 공직자의 재산을 제3자에게 맡겨 처분하게 해 이해 충돌을 방지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2005년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고위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를 도입했다. 다만 당시 부동산은 백지신탁 대상에서 빠졌다.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반발 때문이었다. 2012년엔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주식 백지신탁 의무화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에 “주식 백지신탁은 위헌이 아니”라면서도, ‘부동산은 처분이 쉽지 않고 주거 등 개인 생존에 직접 연관돼, 처분을 강제하면 기본권 침해 소지가 주식보다 클 수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집값이 급등하고 정치인·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논란이 생길 때마다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필요성은 단골로 언급됐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2020년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3년 전 첫 대선 출마 때 “고위공직자가 집 두채 갖고 집값 내리겠다고 하면 누가 믿나”라며 “다주택자는 고위공직자로 임명·승진 안 시키겠다. 고위공직자는 부동산도 백지신탁해서 투기를 못 하게 확실히 막겠다”고 공약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 때는 따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부동산·가상자산 백지신탁제도 도입의 전제조건’이란 보고서에서 “백지신탁제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 이해충돌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백지신탁 외에 공직자가 이해충돌 해소를 위해 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를 추가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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