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에서 영어·불어 끊임없이 들려"
러 신형 극초음속미사일 벨라루스 배치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연합군 지휘소를 방문할 당시 모습. 러시아는 이날 신형 핵 추진 미사일인 부레베스트니크가 중요한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타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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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28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유럽연합(EU) 회원국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최근 확산되는 ‘2029년 이내 나토 침공설’을 공개 부인한 것이다. 다만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는 외국군들을 파괴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러시아는 도청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영어와 프랑스어가 끊임없이 포착됐다며 나토군 파병을 주장해왔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유라시아 안보 국제회의에서 “우리는 현재 나토나 EU에 가입된 어떠한 국가도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반복해서 말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마르틴 예거 독일 연방정보국(BND) 국장이 지난 13일 “러시아의 침공이 빨라야 2029년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가정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는 등 최근 또다시 확산되는 러시아 침공설 진화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이후 유럽 국가를 노릴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 유럽은 군사비 지출을 늘리는 등 재무장에 나섰다.
다만 라브로프 장관은 현재 EU 지도자들과 의미있는 대화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나토가 유라시아의 보편적 안보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존재감을 강화하려 한다”며 “이는 중국과 러시아를 고립시켜 북한과 대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토가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영향력을 꾀하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전선에서 영어·불어 계속 들린다"
반면 같은 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는 외국군들을 파괴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전투원들이 사용하는 외국어를 끊임없이 듣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을 파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장에서 영어와 프랑스어를 쓰는 나토군을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프랑스를 포함한 나토는 병력은 파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이날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인 ‘오레쉬니크’를 오는 12월 벨라루스에 배치할 계획도 밝혔다. 오레쉬니크는 러시아가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 발사한 최신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이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유럽과 미국은 벨라루스와 러시아에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오레쉬니크 배치는 서방의 군사 도발이 고조된 데 따른 대응”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러∙벨라루스 빼면 어디서든 회담 가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데이비드 판 빌 네덜란드 외교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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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논의할 2차 미러 정상회담이 공전하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본토나 러시아 맹방인 벨라루스 영토를 제외하면 어디서든지 평화회담이 열리는 것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회담을 할 준비가 됐지만 러시아가 요구하는 대로 영토를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애초에 합의한 2차 회담 장소인 헝가리 부다페스트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친러시아 성향인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집권한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국가에게도 탐탁지 않은 장소였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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