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이슈 맛있게 살자! 맛집·요리·레시피

    경주 동궁과 월지, 월정교, 첨성대…세계 정상들도 홀릴 ‘야경 맛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해 질 녘 동궁과 월지는 조명이 더해져 극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경주 ‘야경 맛집’ 1호다. 경주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밤이면 화려한 조명 받아 변신
    신라 왕국의 품격 동궁과 월지
    천문대이자 예술품인 첨성대
    보문호에선 야간 멀티미디어쇼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의 주인공 박하경(이나영)은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딱 하루 가는 여행지’로 경주를 고른다. 그곳에서 피폐해진 내면을 복원하고 지난 시절 친구를 떠올리며 과거와 화해한다. 지금 수많은 ‘박하경’들이 경주로 향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문만은 아니다. 경주는 본래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찬란한 문화유산의 인기 여행지다. 땅만 파면 유물이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가장 많은 도시다. ‘황리단길’ 등 세련된 여행지도 한둘이 아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도 더 늘었다. 경주시 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 추석 연휴 7일간 경주 주요 관광지 4곳을 찾은 여행객 수는 70만명인데, 그중 외국인은 3만5000여명으로 지난해에 견줘 하루 평균 1800여명 늘었다.



    한겨레

    해 질 녘 동궁과 월지는 조명이 더해져 극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경주 ‘야경 맛집’ 1호다. 박미향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주 여행의 필수 코스는 어디일까? 불국사, 첨성대, 월정교 등 셀 수 없이 많지만, 유독 색다른 코스를 소개한다. 유적지에 화려한 조명을 더한 ‘야경 맛집’ 투어다. 동궁과 월지, 월정교, 첨성대 등이 낮과는 다른 풍경으로 변신한다. 해가 진 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동궁과 월지 매표소 앞은 야경을 즐기러 온 이들로 북적인다. ‘야경 맛집’ 1호가 이곳이다. 어두운 밤, 멀리서 빛나는 황금색이 여행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화려한 조명을 걸친 동궁과 월지는 달빛까지 흡수해 신비롭다.



    신라 왕실의 별궁터였던 동궁과 월지는 태자가 머문 동궁과 통일신라 문무왕 14년에 조성한 연못 월지로 구성돼 있다. 정교한 건축 양식과 자연과의 일치를 추구하는 정원 철학이 돋보인다. 월지는 ‘삼국사기’에 기록이 있다. ‘동궁에 아름다운 연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었다’고 말이다. 676년 삼국을 통일한 신라는 높아진 국가 위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화려한 건축물 건립이 절실했다. 동궁과 월지 탄생 배경이다. 국가의 기쁜 일이 있거나 귀한 손님이 오면 화려한 연회를 연 데가 이곳인 이유다. 1970년대 청자, 백자, 금제 장식품 등 유물 3만여점이 출토됐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빛을 따라 동궁과 월지를 거닐다 보면 밤의 정령이 다가와 속삭인다. 어둠과 친구가 되라고 말한다. 월지에 비친 동궁 풍경에 넋을 잃는다. 연못은 유연한 곡선으로 이어진다. 신라 왕국의 품격이 드러난다. 다른 지역과 다른 야경이다. 역사와 결합한 밤 풍경은 이곳 경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맛이다.



    동궁과 월지에서 걸어서 10여분 가면 첨성대가 나타난다. 중장년층에겐 추억의 장소다. 밤의 첨성대는 붉은색, 노란색 등 다채로운 색의 향연이 순차적으로 펼쳐지는 예술품이 된다. 첨성대는 국가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동시에 날씨와 별을 관측하는 천문관측대였다. 신라 선덕여왕 때 건립됐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있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다. 1962년 국보 31호로 지정됐다.



    한겨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해 지난 20일 미디어아트 퍼포먼스가 펼쳐진 첨성대. 평소에도 ‘야경 맛집’으로 불린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묘한 구조를 알면 더 신비하다. 기단부 위에 술병 모양의 원통부가 올려져 있다. 맨 위 정상부는 우물 정(井) 자 모양이다. 전체 길이는 9.5m 안팎이다. 기단부 남쪽 변은 정남향에서 동쪽으로 19도 돌아가 있다. 원통부는 높이가 약 30㎝인 부채꼴 모양의 돌을 쌓아 만들었다. 27단을 쌓았다. 단마다 둘레 길이가 다르다. 남동쪽으로 향하는 창이 첨성대 관람의 포인트다. 이 창을 중심으로 아래는 돌로 채워져 있고 위는 뚫려 있다. 돌은 화강석이다. 이 창은 2017년에 고초를 겪었다. 여행으로 경주를 찾은 대학생 3명이 음주로 한껏 흥에 취해 이 창에 걸터앉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당시는 첨성대가 북쪽으로 205㎜, 서쪽으로 5㎜ 정도 기울어진 상태라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때였다. 시시티브이(CCTV)를 확인할 결과, 이들은 산타처럼 첨성대 벽면을 타고 기어올라가 창에 앉았다. 다행히 훼손되진 않았다.



    첨성대엔 숫자의 비밀이 있다. 축조에 쓰인 약 365개 돌은 1년을, 27단은 선덕여왕이 27대 왕임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맨 위 돌을 합치면 29단, 30단이 되는데, 이는 음력 한달의 날 수와 같다. 창을 기준으로 위아래 각각 12단씩인데 이는 열두달, 합쳐 24절기에 해당한다.



    한겨레

    첨성대 야경 풍경. 경주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첨성대는 문이 없다. 어떻게 맨 위로 올라가 별을 관찰했을까? 이런 의문은 첨성대를 더 신비로운 건축물로 추앙하게 한다. ‘사람이 가운데로 해서 올라가게 돼 있다’는 옛 기록에서 추측이 가능하다. 역사학자들은 바깥에서 사다리를 이용해 창으로 들어간 뒤 다시 사다리를 이용해 정상에 올라 관측한 것으로 추측했다. 정상부는 서거나 눕거나 앉아서 하늘을 관측하는 데 편리하게 돼 있다고 한다. 이 밖에 대릉원, 2018년 복원이 완료된 월정교, 경주 계림 등도 ‘야경 맛집’이다. 오는 11월2일까지 보문관광단지 보문호 일대에선 야간 멀티미디어쇼가 펼쳐진다.



    한겨레

    밤이 되면 풍경이 달라지는 월정교. 경주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오는 11월2일까지 보문관광단지 보문호 일대에선 야간 멀티미디어쇼가 펼쳐진다. 경주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경주 계림’ 야경 풍경. 경주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밤 여행만이 경주의 정수를 드러내는 건 아니다. 가을 정취를 맘껏 즐길 만한 데가 많다. 경주 동남쪽에 자리한 경북천년숲정원은 경상북도 1호 지방 정원이다. 숲과 오솔길, 개울 등이 아기자기하게 조성돼 있다. 경북 산림환경연구원이 동쪽 지역을 재단장해 열었다. 가을에 이만한 숲 여행지도 없다. 개울 양편으로 후드득 떨어지는 낙엽이 감상에 젖게 한다. 잘 다듬어진 데크길은 걷기 좋다. 사진 촬영 명소는 개울 가운데에 놓인 통나무 다리다. 양옆에 쭉 뻗은 메타세쿼이아를 프레임에 넣어 찍으면 근사한 사진이 탄생한다. 거울숲, 서라벌정원, 분재원, 버들못정원, 칠엽수길, 산목련길 등이 있다. 경주 계림은 야경 명소기도 하지만 가을날엔 붉은 꽃무릇이 펴 더없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첨성대와 월성 사이에 있다. 경주 김씨 시조 김알지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전국에서 수려한 가을 풍경 장소로 손에 꼽힌다. 첨성대 일대도 가을 여행지다. 붉은색 핑크뮬리가 흐드러지게 펴 있다.



    한겨레

    붉은색 핑크뮬리가 펴 극적인 풍광을 선사하는 첨성대 일대. 경주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경주 동남쪽에 자리한 경북천년숲정원. 가을 풍경이근사하다. 경주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경주 동남쪽에 자리한 경북천년숲정원. 가을 풍경이근사하다. 경주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을 경주 산은 오르기 좋다. 이맘때 경주 동대봉산의 무장봉(무장산)에선 억새가 바람에 춤추며 장관을 이룬다. 토함산과 함월산 사이에 있다.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왕이 전쟁에 마침표를 찍은 뒤 각종 병기를 이곳에 묻었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1970~1980년대 이곳은 목장이었다. 목장이 문 닫자 자연이 제 살 길을 찾아 억새가 자생하기 시작했다. 현재 약 145만㎡(44만평) 규모의 평원에 억새가 자란다. 경주엑스포대공원도 낙엽 여행을 할 만하다. 보문관광단지에 있는 연못과 정자 보문정은 시엔엔(CNN)이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 50’으로 꼽았다.



    한겨레

    아기자기한 가게와 고풍스러운 골목 때문에 인기 여행지가 된 일명 ‘황리단길’. 경주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젊은 층과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데는 황리단길이다. ‘황남동의 경리단길’이란 뜻이다. 경리단길은 서울 이태원에 있는 젊은이들의 거리를 이르는 말이다. 내남사거리에서 황남초등학교 사거리까지 거리를 이른다. 빈티지 숍과 낡은 건물이 세련된 여행 포인트로 인식되면서 인기가 올라간 지역이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