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6년 만에 부산 회동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에서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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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에서 6년 4개월 만에 만나 무역 긴장 완화 방안에 합의했다. 미국이 ‘좀비 마약’이라 불리는 합성 마약 펜타닐의 원료 유입을 문제 삼아 모든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부과했던 관세 20%를 10%로 인하하고, 중국은 12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고 양국은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관세 유예 조치를 1년 연장하고, 중국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고도 했다. 다음 달 10일 만료 예정인 양국의 초고율 관세 부과 유예 조치가 장기 재연장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하고, 이후 시 주석이 미국 답방을 하기로 했다. 한때 100%가 넘는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올해 내내 ‘무역 전쟁’을 벌인 미·중이 일시적 휴전(休戰)에 합의하면서 세계 경제가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피한 것이다. 다만 이날 합의가 잠정적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미·중 관계의 본격적인 ‘새판 짜기’는 양 정상의 상호 방문이 이뤄질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내년 서로 방중·방미 약속… 트럼프 “회담, 10점 만점에 12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약 100분 동안 회담했다. 트럼프는 회담 후 워싱턴 DC로 가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합의 내용을 공개하며 “멋진 회담이었다” “10점 만점에 12점이었다”고 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좋은 환경 조성을 원한다”며 “미·중 협력의 장기 이익을 중요하게 여기고, 상호 보복의 악순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
트럼프는 “시 주석이 펜타닐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매우 강력히 조치하기로 합의했다”며 “펜타닐 유입 때문에 중국에 20%의 (징벌적 추가) 관세를 부과했는데 10%포인트 낮춰 즉시 적용한다. 이로써 대중국 관세는 57%였는데, 지금은 47%로 낮아졌다”고 했다.
중국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지난 9일 발표한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희토류는 전부 해결됐고, 그 장애물은 이제 없어졌다”며 “매년 재협상을 하겠지만 (유예 조치는)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또 중국이 대두(大豆) 등 미국산 농산물을 즉시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두는 한때 미국의 핵심 대중 수출품이었지만, 중국이 남미로 수입처를 다변화해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인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내년 1월까지인 이번 수확기에 중국이 미국산 대두 1200만톤을 수입하기로 합의했으며, 그 후 3년간 매년 2500만톤을 구입할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며 귓속말을 하고 있다.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G20(20국) 정상회의 이후 6년 4개월 만에 대면한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덕담을 주고받으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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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다음 달 10일인 추가 관세 부과 유예 시한을 1년 연장하기로 했고, 중국도 이에 맞춰 미국에 대한 관세 반격 조치를 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부터 90일 단위로 연장되던 관세 유예 조치가 1년 장기 연장으로 안정화 국면에 들어서는 것이다. 양국은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차 고위급 협상에서 서로 100% 넘게 부과하던 관세(미국은 중국에 145%, 중국은 미국에 125%)를 각각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합의했다. 남은 관세 부분에 대해서는 유예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핵심 현안인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매각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는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반도체인 ‘블랙웰’의 중국 내 공급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은 엔비디아가 성능을 낮춘 저사양 반도체를 중국 시장에 수출하는 것은 허가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현지 기업들에 구매를 금지시키면서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된 상태다. 트럼프는 “우리는 중재자로서 지켜볼 것”이라며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게 블랙웰의 대중 수출 승인을 의미하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했다.
또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이 중국의 무역·해운업을 겨냥해 진행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협상하는 동안에는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국의 차별·불공정 행위에 대응할 수 있게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한 것인데, 중국은 여기에 반발해 미국산 선박에 입항(入港) 수수료를 부과했고,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한화 필리조선소 등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을 제재했다. 트럼프는 이 조사에 대해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이르면 다음 주에 양측이 서명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다만 이날 시 주석은 “양국 경제팀이 후속 작업을 신속히 구체화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는데, 이는 디테일을 놓고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 했고, 이후 시 주석이 미국을 답방하기로 했다. 중국 측은 “트럼프가 내년 조기 방중(訪中)을 기대하며 시 주석을 초청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의 방미(訪美) 시기는 내년 가을 플로리다주의 트럼프 소유 리조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시 주석이 팜비치나 워싱턴 DC를 방문할 것”이라고 했다. 미·중이 이번 회담을 통해 확전을 자제하기로 합의했지만, 안보·기술 패권 등을 둘러싼 전략 경쟁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기 때문에 갈등이 언제든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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