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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로봇이 온다

    中 ‘늑대 로봇’, 대만 상륙작전 때 선두서 방어선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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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무인기 등 총출동, 상륙전

    조선일보

    지난달 27일 중국 국영 CCTV는 인민해방군 육군 제72집단군 소속 ‘황초령영웅연대(黃草嶺英雄連)’가 대만 상륙작전 훈련에서 ‘늑대 로봇’을 투입한 장면을 공개했다./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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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 확보 작전(대만 상륙작전), 실행!”

    중국 육군 제72사단 소속 ‘황초령 영웅 연대’ 헬기가 가상 해안 방어 진지에 도착하자 병사 수십 명이 ‘늑대 로봇(機械狼)’의 엄호를 받으며 뛰기 시작했다. 국영 방산 기업 ‘중국 병기장비 그룹’이 개발한 군사용 사족 보행 늑대 로봇은 5개의 열화상 카메라, 라이다(거리 측정 장치), 센서 등을 장착해 주변 지형을 360도로 정밀하게 스캔하고, 인간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역에서 정찰과 표적 타격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한다. 자율 제어가 가능한 중국 제조 칩을 사용해 40도 급경사를 오르고 30㎝ 높이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 최대 20㎏의 물체를 운반할 수 있고 주행 가능 거리는 10㎞, 운행 시간은 약 2.5시간으로 알려졌다

    10m쯤 앞에서 늑대 로봇이 먼저 장애물을 넘거나 위험 요소를 확인하면 인간 병사들이 뒤따랐다. 지휘관이 “산 뒤편 도로 입구를 막아 적의 증원을 차단하라”는 새 명령을 내리자 늑대 로봇은 또다시 선두에 서서 목표 지점으로 뛰어나갔다. 이후 늑대 로봇이 폭파됐다는 ‘비보’를 받은 지휘관은 후방의 보병들에게 중화기를 총동원해 전방 적진을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조선일보

    CCTV중국의 대만 상륙작전 훈련에서 ‘늑대 로봇’이 먼저 위험 지역에 진입해 지뢰 등 적 위협을 탐지하는 동안 인간 병사가 전방을 주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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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양상 바꾸는 드론

    국영 CCTV가 최근 공개한 이 영상은 중국의 대만 상륙 훈련에 처음으로 늑대 로봇이 대거 투입된 장면을 보여준다. 중국의 늑대 로봇은 지난해 11월 주하이 에어쇼에서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고, 지난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무인 전차, 자율 주행 드론과 함께 육상 작전 부대의 ‘무인 3종 세트’로 소개된 신(新)무기다.

    중국군은 매년 최소 1회 상륙작전, 해안 침투 형식의 훈련을 대규모로 시행하고 있다. CCTV가 공개한 이번 대만 침투 훈련에서는 AI(인공지능)를 탑재한 무인 기기들이 전면에 등장하며 훈련 양상이 180도 달라졌다. 과거 상륙작전은 장갑차로 해안에 도달한 병사들이 막대한 희생을 감수하며 직접 공격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공중·지상에 드론을 대량으로 풀어 선제공격을 하는 전술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이날 훈련에서는 대형 드론이 해안에서 적 진지를 폭격했고, 자폭형 소형 드론은 차량과 보병을 따라 이동하며 목표를 정밀 타격했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의 전술적 가치가 실전에서 확인된 전장으로 평가된다.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벌어질 경우 초기부터 드론이 전면에 등장하는 첫 대규모 전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군사 매체 다이완(大伊萬)은 “우크라이나에서 실전 운용돼 효과를 거둔 무인기 작전 경험을 중국군이 지상전 훈련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면서 “아직은 늑대 로봇이 장갑 보병의 보조 병력에 가깝지만, 미래에 수백 마리가 시속 30~40㎞로 고속 돌진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美·中, 군사용 드론 경쟁 본격화

    2022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 시점을 2027년으로 추정한 가운데, 중국군은 드론과 알고리즘이 주도하는 새로운 전술을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국유 방산 기업 노린코는 AI 모델 ‘딥시크’ 기반으로 구동되는 군용 차량 P60도 공개했다. 시속 50㎞로 주행 가능한 P60은 장애물 회피, 표적 식별 등을 자동으로 수행하면서 보급 등 지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로이터는 “중국이 AI를 활용한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로봇 개(늑대 로봇), 드론, 전쟁 시뮬레이션 시스템 등 AI 연계형 무기 플랫폼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했다.

    향후 무인 전투 기기를 둘러싼 미·중의 군사력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대만해협에서 중국군이 돌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수천 대의 드론과 무인 잠수함·수상정을 투입해 중국군 전투력을 소모시키면서 미군이 증강할 시간을 번다는 ‘헬스케이프(hellscape·지옥도)’ 전략을 고안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드론 대응 전문 부대 창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특히 드론이 인간 개입 없이 표적을 인식·추적하고 편대를 운영하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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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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