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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朝鮮칼럼]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 ‘집토끼’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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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혁 대표는 왜

    여권이 실책할 때마다

    역주행하며 흔들릴까

    전통적 보수층 버리고

    ‘윤 어게인’에 올라타면

    중도 확장은 불가능

    대통령과의 엇박자도 불사하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거침없는 독주에 급제동이 걸렸다. 당 안팎의 적잖은 반대를 무릅쓰고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을 밀어붙였지만 국회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광역·기초단체장, 지방의회 의장단, 고참 당직자 등으로 구성된 중앙위원회가 부결시켰다. 정 대표와 합이 잘 맞는 법사위가 막무가내로 추진한 내란 전담 재판부 법안,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줄줄이 좌초 위기다. 발목을 잡은 건 국민의힘이 아니다. “그 법 강행하면 윤석열이 거리에 나다니게 된다”고 막아서는 친여 진영의 우려가 걸림돌이다.

    그래도 정 대표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비하면 양반이다. 장 대표는 두 달여째 “이제는 체제 전쟁”을 외치고 있지만 그러는 동안 ‘장동혁 체제’부터 흔들리고 있다. 지난 3일 장 대표가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고 말한 뒤에는 당 안팎에서 비대위 체제 언급도 적지 않다.

    장 대표는 지난 8월, 3대 특검이 출범한 시기에 열린 전당대회에서 “한동훈과 전한길 중에 고르라면 전한길을 공천하겠다”며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을 재결집시켜 당권을 거머줬다. 하지만 대표 취임 후에는 한쪽으로 쏠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안정적인 모습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 이후 김현지 비서관 논란, 대장동 김만배 일당에 대한 항소 포기 파동, 윤석열 정부 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결단한 론스타 중재 재판의 승소, 환율 급락과 수도권 부동산 규제 후폭풍, 이재명 대통령의 백해룡 경정에 대한 직접 지시 등 여권에 악재가 쏟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야당의 공간이 열렸다. 그런데 딱 그때부터 역주행이 시작됐다.

    장 대표 본인은 윤 전 대통령 면회, 개신교에 경도된 언행으로 인한 불교계와의 마찰, “우리가 황교안이다”로 빈축을 샀다. 직접 임명한 미디어대변인단과 당무감사위 같은 기구는 윤 전 대통령 부부 엄호와 한동훈 전 대표 측에 대한 공세에 열을 올렸다. 이런 모습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장 대표는 장외 투쟁을 결정했고 그와 합을 맞추는 나경원 지방선거기획단장은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심을 확 높이는 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선거를 준비하는 단체장들은 강력 반대다. 뭘 해보려고 하니까 안 좋아지고 그래서 다시 뭘 더 해보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

    장 대표는 줄곧 “지지층 결집이 먼저고 중도 확장은 그 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전략 자체가 틀렸다는 지적이 많지만 집토끼·산토끼 논쟁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잘 구현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면 된다. 하지만 “누가 집토끼냐?”는 건 본질적 질문이다.

    국민의힘, 보수 진영의 전통적 지지층 혹은 핵심 지지층 또는 지지층의 중간값이 누구냐는 이야기다. 여느 나라 보수 정당과 마찬가지로 이 당은 좋게 말하면 우리나라의 주류, 나쁘게 말하면 기득권이 중심을 잡는 정당이었다. 전문직, 자산가, 군·경과 공무원 가족, 서울 강남의 대형 교회 신자와 영남의 불자, 보수 신문의 독자 등. 이들의 구심력이 너무 강할 땐 ‘강부자(강남부자), 고소영(고려대 출신, 소망교회 신자, 영남 출신) 정권’이라는 비판을 들었고 ‘경제민주화, 복지 확장, 공정과 상식’ 같은 슬로건으로 확장을 꾀해 권력을 잡았다.

    그런데 지금 장 대표가 말하는 핵심 지지층은 ‘윤 어게인’, 부정선거론자, 음모론자, 비주류 소수 종교 신자, 강경 보수 유튜브 구독자들이 아닌가 싶다. 장외 집회에서 장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계엄은 정당’ ‘(계엄) 사과는 죽음’ 같은 피켓을 들고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대표의 측근이라는 한 최고위원은 언론사 유튜브에 출연해 ‘중국 자본이 이재명 정부를 위해 인위적으로 한국 주식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엄 사과론자인 메이저 신문사 편집국장 출신 원외위원장은 “특정 종교(신천지)를 사이비로 표현했다”는 이유 등으로 당무감사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장 대표와 측근들은 강성 보수 유튜브 출연에 열심이고 주변 인사들은 논조를 막론하고 신문·방송에 대한 노골적 적개심을 드러낸다. 그리고 장 대표는 우려하는 의원들에게 ‘갤럽’ 등 주류 전화 면접 여론조사를 믿지 말라면서, 일부 ARS 여론조사의 지지율 상승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탄핵 심판 기간 당시 윤 전 대통령 지지율이 50%에 달하고 호남에서도 40% 가까이 나온다는 식의 조사결과를 내놓은 곳들이다.

    만약 국힘의 ‘핵심 지지층’이 이미 이렇게 바뀐 것이라면 당내에선 이미 ‘윤 어게인’이 상당히 진행된 셈이다. 이렇게 극단적인 ‘핵심 지지층’을 단단히 부여잡는다면 이재명 정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들 중도 확장은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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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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