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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이슈 애니메이션 월드

    日서 활동하는 연출가·‘케데헌’ 디자이너 의기투합한 K애니 [그 영화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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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평강 감독·위현송 디자이너 제작

    김초엽 SF 소설 원작 ‘순례자들…’

    “입체적 여성 캐릭터 만들어내 만족”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백수진 기자입니다. 조선일보 문화부 영화팀에서 보내드리는 영화 레터 ‘그 영화 어때’에 이어 영화인 인터뷰 시리즈인 ‘그 영화 그 사람’을 시작했습니다. 지면에 나간 기사보다 더 깊은 뒷얘기로 영화인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여러분께 전달해드리겠습니다. ‘그 영화 그 사람’ 두 번째 주인공은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는 애니메이션 연출가 허평강 감독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에 참여한 위현송 캐릭터 디자이너입니다. ‘케데헌’의 성공 이후, “우리는 왜 ‘케데헌’을 만들지 못했을까”라는 질문들이 나왔죠. 두 창작자에게 K애니메이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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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기심 많은 소녀 데이지는 지구로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은 순례자들을 찾아 나선다./BI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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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초엽 작가의 단편소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이하 ‘순례자들’)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일본에서 주로 활동해 온 애니메이션 연출가 허평강(43)이 감독을 맡았고, 캐릭터 디자인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에 참여했던 위현송(38) 캐릭터 디자이너가 맡았다. 저예산 독립영화지만 배우 김향기·박지후·이주영이 재능 기부로 목소리를 연기하고, 밴드 새소년의 황소윤이 음악 감독으로 참여하는 등 라인업이 화려하다.

    지난달 말 폐막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에서 만난 허 감독은 “한국 문학, 그것도 여성 작가의 SF를 한국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분이 ‘함께하고 싶다’며 힘을 보태주셨다”면서 “특히 오랫동안 해외 작품의 하청을 맡아왔던 애니메이션 아티스트들이 국내 오리지널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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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평강 감독(왼쪽) / 위현송 캐릭터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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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 개척지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성인이 되면 지구로 순례를 떠나지만, 그중 일부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는 순례자들을 찾아 떠난 데이지와 그녀를 기억하는 소피의 여정이 서정적으로 펼쳐진다. 허 감독은 “웹툰처럼 그림을 그대로 옮길 필요 없이, 소설이 원작이라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고 했다.

    위현송 디자이너는 “한국 애니메이션에서는 개성 강한 여성 캐릭터를 보기가 어려웠는데, ‘순례자들’은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한국 문화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한국적인 정서가 한국 문학에 가장 잘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설과 애니메이션의 협업을 기다려왔고, 이러한 시도가 굉장히 반갑다.”

    위현송 디자이너는 ‘케데헌’ ‘인사이드 아웃2’ ‘킹 오브 킹스’ 등의 캐릭터 디자인에 참여했다. ‘케데헌’에서는 귀마와 요괴 캐릭터 초기 디자인에 참여했다. “초반에는 지금의 귀마가 아닌 염라대왕을 디자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매기 강 감독님은 이전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악마를 그려달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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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BI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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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한국인이지만 오랫동안 해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일해왔다. 허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철저한 작가주의라 창작자에게 모든 걸 맡긴다. 한국에서는 그 정도 모험을 할 만한 자본이나 기회가 없다 보니, 도전보다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을 하면 ‘고생한다’‘돈이 안 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해서, 재능 있는 인력이 게임이나 웹툰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안타깝다.”

    위 디자이너는 “한국도 ‘제2의 케데헌’을 만들어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유행하는 스타일을 좇기보다, 섬세하게 인물에 집중하는 작품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조선닷컴 ‘그 영화 그 사람’ 구독 링크

    https://www.chosun.com/tag/cinema-interview/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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