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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예상됐던 5·18 계엄군 성폭력은 전혀 규율하지 않은 국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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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1980년 5·18 당시 광주 금남로에서 공수부대 등 계엄군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진압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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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던 당시 18살 소녀들이 2025년 11월 서울중앙지법 360호 법정에 섰다. 45년 전 민주화 운동 현장에서 계엄군과 경찰에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한 이들은 당시 성폭력이 국가의 조직적 공모로 이뤄졌다며 지난해 12월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이날 첫 재판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최욱진) 심리로 7일 오전 10시10분에 열린 5·18 성폭력 피해자들의 국가배상소송 1차 변론기일에는 전체 원고 17명 가운데 13명이 참석했다. 재판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법정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선 이들의 목에는 빨간색 스카프가 걸려 있었다. 5·18 성폭력 피해자들과 활동가들의 모임 이름인 ‘열매’를 상징하는 스카프였다. 재판이 시작되자 원고들은 함께 손을 맞잡고 조마조마하며 재판장의 입에 집중했다. 눈가에 눈물이 고인 이도 있었다.



    이들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과 경찰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다. 피해자들은 사건 발생 수십년 뒤인 2018년부터 피해 사실을 고백하기 시작했고, 2023년 12월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진상규명 결정으로 국가의 책임을 공식 인정했다. 이듬해 1인당 약 2억원의 손해배상금을 국가에 청구했다. 피해자 가족들도 함께 고통받으며 이들을 돌봐온 보상금을 함께 청구했다.



    한겨레

    `5.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 용기와 응답\'이 열린 지난해 9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증언자로 나선 김선옥씨 등 피해자들이 증언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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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을 대리하는 하주희 변호사(법무법인 율립)는 “이 사건은 계엄군 등에 의해 발생한 강제추행·강간으로서 도심 시위 진압 작전, 봉쇄작전, 광주 재진입 작전, 연행·구금·조사 과정에서 발생했다. 군부의 조직적 지시 하에서 완벽히 통제된 상태에서 계엄군이 총 등으로 상해를 동반해서 (성폭력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 변호사는 “상당수 행위가 단독이 아니라 2~5명이 공동해서 이뤄졌다”며 “비상계엄 동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됐는데도 전혀 아무런 규율을 하지 않아서 발생했으므로 피고(국가)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쪽은 이미 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피해가 발생한 1980년으로부터 45년이 흘러 국가배상청구권 소멸시효(그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가 완성됐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가폭력 사건에서 ‘그 손해를 안 날’은 진실화해위나 법원 등으로부터 불법행위를 인정받은 날로 해석해야 한다는 판례를 세웠고, 대부분의 과거사 손해배상 사건에서 소멸시효는 ‘진실화해위 결정으로부터 3년’이라는 판례가 확립된 상태다.



    또한 이날 정부 쪽이 당시 성폭력이 있었는지 등 사실관계를 다툴 가능성을 열어두자 재판부는 진실화해위의 조사 자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원고 쪽은 재판에서 당시 상황을 입증하기 위해 당사자 신문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음 기일은 내년 1월1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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