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발전소 붕괴 등 취임 5개월간 사고 잇달아
7월 폭염속 맨홀 사망-열차선로 작업 참변
상습 포스코이앤씨엔 “건설면허 취소” 압박
“미필적 고의 살인…주가 폭락하게 만들어야”
집권초부터 질타-경고에도 인명 사고 줄이어
![]() |
‘소년공’ 출신 이재명 대통령은 6월 취임한 후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임기 초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들고나왔다. 그는 산재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까지 표현했고 “(산재가 발생하면) ‘내가 감옥에 가는 일이다’ ‘회사 망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야 한다”며 연일 ‘산재 근절’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산재 사고에 대해서는 무관용을 원칙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6일 울산에서 보일러 타워가 해체 작업 중 붕괴돼 작업자가 매몰되는 등 산재사고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평택 반도체 공장 신축 현장서 노동자 추락
지난 6월 27일 경기도 평택 고덕산업단지 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P4 신축 현장에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7.7m 높이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사고는 가스배관 작업을 마치고 내려오던 배관팀 협력업체 소속 50대 여성 작업자가 석고보드로 덮여있는 개구부로 추락하면서 발생했다. 작업자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시공사인 삼성물산 현장소장 등이 근로자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등 안전 조치를 사전에 취하지 않아 사고를 막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관계자 등 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 ‘폭염’ 속 야외서 일하는 근로자 사망 잇따라
폭염에 이글거리는 도로.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7월 1일 도로가 햇볕에 달궈지며 아지랭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낮 기온이 40도를 넘는 사람 잡는 ‘살인 더위’가 한창이던 여름에는 야외에서 일하던 20대 외국인 근로자가 숨지기도 했다. 지난 7월 7일 오후 경북 구미시 산동읍의 한 아파트 공사장 지하 1층에서 하청업체 소속 23세 베트남 국적 일용직 노동자가 앉은 자세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것.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발견 당시 체온은 40.2도에 이르렀다.
같은 달에는 상수도 복구를 위해 맨홀 안에서 작업하던 근로자들이 숨졌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올해 7월 27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상수도 누수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70대 남성 2명이 질식해 쓰러졌다. 한 명이 먼저 맨홀 안에서 쓰러지자, 그를 구하려고 뒤따라 들어간 또 다른 작업자도 함께 쓰러졌다.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사고 당시 서울 낮 기온은 38도에 달했다. 고온 상태에서 상수관 내 산소 농도는 급격히 낮아지고, 하수관에서는 유해가스가 다량 발생하면서 맨홀 내부 질식 위험이 커진 탓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 반복된 사고에 李대통령도 질타한 포스코이앤씨
정희민 당시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이 29일 오후 인천 연수구 포스코이앤씨 인천 송도사옥에서 지난 28일 경남 함양~창녕 고속도로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와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2025.07.29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7월 28일 포스코이앤씨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 나들목 공사 현장에서는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네 번째 사망 사고였다. 이 대통령이 이튿날인 29일 국무회의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산재 사망 사고가 반복적으로, 상습적으로 발생한다면 아예 그걸(ESG 평가를) 여러 차례 공시해 투자를 안 하게 되면 주가가 폭락하게 (될 것)” 등 강하게 질타했다. 이후 포스코이앤씨는 전국 103개 건설현장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안전 점검 후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 ‘산재와 전쟁’ 중 청도서 무궁화호에 7명 치여 참변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한 19일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 철로에서 경찰과 소방, 코레일 등 관계들이 사고가 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2025.08.19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연일 산재 관련 발언을 쏟아내던 8월 운행 중이던 열차가 선로 점검 인력을 덮쳐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코레일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19일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 철로에서 동대구역을 출발해 진주역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1903호 열차가 선로 위를 걷던 근로자 7명을 치었다. 기관사가 급히 제동했지만, 곡선 구간을 지나며 작업자들을 늦게 발견해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근로자 7명 가운데 하청업체 소속 2명이 숨지고, 하청 소속 4명과 코레일 직원 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한문희 당시 코레일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8월 28일에는 전북 전주시의 한 공장 굴뚝 난간에서 40대 한국환경공단 근로자가 작업 중 드론 파편에 맞아 숨졌다. 이 직원을 가격한 파편은 드론이 굴뚝에 부딪히며 떨어져 나온 것. 당시 공단은 약 10kg인 대기질 측정 장비를 드론으로 옮기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상에서 약 50m 높이인 굴뚝 난간으로 장비를 2차례 옮긴 뒤 3번째로 장비를 실어 나르던 중에 사고가 난 것. 닷새 만인 9월 2일에는 경기 부천시 소사구에 있는 소사배수지 부근에서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지하 약 1m 깊이에서 흙막이 작업을 하다 무너진 흙더미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 울산발전소 붕괴 3명 사망, 2명 사망추정, 2명 매몰
6일 오후 울산 남구 용잠로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소방 당국이 구조 작업에 나서고 있다. 2025.11.6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
독자 제공 |
6일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내 울산화력발전소에서는 보일러 타워가 붕괴돼 작업자가 다치는 사고가 났다. 이번 사고는 사용이 중단된 노후 설비를 철거하던 중 발생했다. 사고 당시 작업자들은 60m 높이 타워의 약 25m 지점에서 발파 전 타워가 한 방향으로 무너지도록 일부 기둥을 절단하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7일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노동자 9명 중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2명은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2명은 사망 추정 상태로 매몰 지점에서 발견돼 구조 중이며 아직 위치가 파악되지 않은 매몰자는 2명이다.
![]() |
독자 제공 |
소방당국은 “현재 탐색 장비를 집중 투입해서 인명 구조 중이며 음향 탐지기, 매몰자 탐지기, 열화상 카메라, 수색견 등 총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