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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최휘영 문체장관 격앙 “모든 수단 강구해 종묘 지킬 것...새 법령 제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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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과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7일 낮 서울 종묘 정전 앞에서 서울시의 종묘 앞 재개발 계획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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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한을 조금 가졌다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겠다는 서울시의 발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게 바로 1960~70년대식 마구잡이 난개발 행정 아닙니까? 문화강국의 자부심이 무너지는 이런 계획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낮 조선시대 왕실의 위패를 봉안한 서울 종묘 정전 앞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 서울시가 정부와 협의 없이 추진을 강행하고 있는 종묘 앞 도심 재개발 계획을 이례적으로 강하게 성토하는 내용이었다.

    이날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함께 종묘를 찾은 최 장관은 회견 말미에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필요한 경우 새 법령 제정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허 청장도 “종묘는 정부가 1995년 첫 등재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며, 500년 넘게 이어오는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이 정기적으로 이어지는 공간으로 살아있는 유산”이라며 “미래세대에게 전세계인이 함께 향유하는 세계유산을 물려줄 것인가, 아니면 콘크리트 빌딩들을 물려줄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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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종로변의 최고 높이는 55m에서 98.7m로, 청계천변은 71.9m에서 141.9m로 상향하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지난 4월 유네스코가 시 쪽에 유산영향 평가를 먼저 실시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아 발송한 권고안을 무시한 것이다. 이어 대법원은 지난 6일 국가유산청과 사전 협의 없이 문화재 외곽 지역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은 적법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문화재계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 고시와 대법원 판결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앞에 최고 높이 141.9m에 이르는 초고층 빌딩 건립안이 일방적으로 추진돼 세계유산의 지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허민 청장은 지난 6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나와 종묘 맞은편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유네스코에 의해 ‘위험에 처한 유산’에 올라 등재가 취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독일 드레스덴의 엘베강 계곡은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도시 유적과 녹지 공간이 강과 어울린 자연문화유산 복합지대로 2004년 세계유산 목록에 올랐으나, 이후 시 정부가 유산 고유의 가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유네스코의 경고를 무시하고 강을 가로지르는 4차로 교량 건설을 강행하면서 2009년 처음으로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당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영국 항구도시 리버풀도 18~19세기 제국 시기 부두 건설과 항만 경영 실상을 보여주는 역사 경관을 인정받아 2004년 세계유산에 등재됐으나, 이후 고층 빌딩과 축구장 등을 짓는 대규모 도시 재개발로 유산의 고유 가치가 훼손됐다는 유네스코의 판단에 따라 2021년 등재 목록에서 빠졌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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