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이틀째인 7일 울산시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사고 현장에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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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대형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3명이 숨지는 등 5명이 매몰돼 구조작업이 펼쳐지는 가운데 붕괴 원인을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40년이 넘는 내구연한으로 인한 부식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과 해체·철거 공사에서 반복되는 문제인 해체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7일 울산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2시2분쯤 울산 남구 용잠동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보일러 타워가 무너졌다.
붕괴된 보일러 타워는 1981년 준공 이후 40년가량 스팀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다가 2021년부터 사용이 중지된 철재 구조물이다.
동서발전이 해체 공사를 발주해 HJ중공업이 시행사를 맡고, 코리아카코(발파업체)가 하도급받아 지난달부터 취약화 작업을 하던 중 사고가 났다. 사고 난 타워는 5호기로 인근에 같은 크기의 타워 2대(4·6호기)도 취약화 작업을 완료 및 진행 중이었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이틀째인 7일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사고 현장에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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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화 작업은 발파를 통한 철거 전 구조물이 쉽게 무너지게 하려고 지지대 역할을 하는 철재 등을 미리 잘라놓는 공정이다.
붕괴는 코리아카코 측 노동자들이 25m 높이에서 산소절단기 등 공구로 구조물 일부를 절단하는 작업을 하다가 발생했다.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한쪽 기둥이 무너지면서 타워 전체가 쏟아져 내렸다.
관련 업계에서는 해체계획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해체 전 건물의 하중 등을 계산하는 공법이 적용된 해체계획서를 작성하는데, 이에 따른 업무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물 해체를 위해서는 해체공법 및 순서 등을 담은 해체계획서를 작성한다”라며 “애초 해체계획서가 잘 못 됐거나, 계획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붕괴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2021년 광주 학동에서 발생한 붕괴사고와 2019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외벽 붕괴사고도 해체계획서가 미비하거나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로 조사됐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이틀째인 7일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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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중 한쪽에 하중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리면서 무게중심이 흔들려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방 당국도 현장 브리핑에서 “구조물 기둥 등을 다 자르고 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흔들렸다든지, 기울어졌다든지 여러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 보일러 타워 무게를 지탱해주는 와이어 작업을 했는지 등이 사고 원인에 중요한 지점이 될 수 있다”며 “와이어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를 생략했는지 여부는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준공 후 44년이 지난 만큼 노후화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함은구 을지대 안전공학 교수는 “붕괴한 건물은 철로 이뤄져 있는데 철은 굉장히 부식이 잘 되는 재료다. 또 사용을 중단한 지 4년이 된 만큼 강성은 더욱 약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후화된 만큼 도면상에 나타난 강도와 실제 현장 구조체의 강도가 다를 수 있다. 강도가 약해지면 작은 충격에도 지지대가 뒤틀리면서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며 “만약 도면만 보고 해체공법을 설계했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형 타워 3개를 동시에 철거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타워 철거의 경우 통상 1개의 건물에 취약화 작업을 하고 폭파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타워 3개 동시 철거는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이틀째인 7일 울산시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사고 현장에서 구급차가 희생자를 이송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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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형 민주노총 울산본부 노동안전국장은 “플랜트 업계 전문가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3개를 동시에 폭파하는 방식을 취한 것 같다고 한다”며 “이번 사안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경찰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형사기동대장을 팀장으로 한 수사전담팀을 구성했다. 전담팀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염두에 두고 보일러 타워 철거 작업을 맡았던 원하청 계약 관계, 구체적인 작업 내용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도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밝힐 계획이다.
한편 지난 6일 오후 2시2분쯤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높이 60m짜리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노동자 9명을 덮쳤다. 이 가운데 2명은 사고 발생 21분 만에 구조됐다.
매몰된 7명 중 현재까지 사망자는 3명이며, 2명은 사망 추정, 2명은 실종 상태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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