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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취업과 일자리

    빅테크 기업들의 상부상조 순환투자…AI가 일자리 대체해서 아닌, AI 투자자금 마련 위해 대량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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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DALL·E을 이용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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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은 1만4000명, 마이크로소프트(MS)는 1만5000명을 해고했다. 인텔은 2만5000여명, 메타는 수천명을 잘랐다. 올해 들어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해고된 직원은 모두 18만여명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밝힌 대량 해고 이유는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일자리 대체와 업무 효율성 증가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기업의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한다. 옥스퍼드 인터넷연구소에서 AI를 연구하는 파비안느 스테파니 교수는 “현재 일어나는 해고가 정말 AI로 인한 효율성 향상 때문인지 회의적”이라면서, 기업들이 ‘쉬운 해고’를 위한 변명으로 AI를 써먹고 있다고 CNBC에 말했다.

    인력분석 소프트웨어 기업인 비지어의 안드레아 더러 대표도 “많은 경영진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 AI가 대체할 수 없는 업무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파악할 시간도 없었다”고 액시오스에 말했다.

    투자은행 DA 데이비슨의 애널리스트인 길 루리아는 “언젠가는 AI 도구를 이용해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생산성이 향상될지 몰라도, 아직은 그 수준과 거리가 한참 멀다”면서 “대량해고는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와 같은 AI 인프라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는 동안에도 수익률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AI로 인한 업무 효율성 증대로 사람을 자르고 있다기보다는, AI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직원을 해고하는 것에 가깝다는 뜻이다. 실제 올해에만 수천명의 직원을 해고한 메타는 지난 7일(현지시간)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등에 3년간 6000억달러(약 8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인 제이슨 퍼먼은 MS·구글·아마존·엔비디아·메타 등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가 올해 상반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92%를 차지했다면서, AI 투자 확대가 없었다면 미국 경제는 거의 성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시장은 인력감축을 오히려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아마존은 대량해고를 발표한 날 주가가 1% 상승했다.

    문제는 AI 투자의 대부분이 빅테크 기업들끼리의 순환 투자 형태로, 그물망처럼 얽혀 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투자하면 오픈AI와 구글 등은 엔비디아 칩을 대량 구매하고, 메타와 애플은 구글과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서로가 서로에게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는 식이다.

    이러한 순환투자가 AI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AI 수요를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이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우려도 상당하다고 야후파이낸스는 전했다. 특히 이런 식의 거래 소식이 나올 때마다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을 반복해 버블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카란 지로트라 코넬대 교수는 “공급업체와 구매업체가 서로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이런 시스템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영향이 (개별 기업에) 머물지 않고, 시스템 전체로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지어의 더란 대표는 “각 기업은 AI 인프라를 위해 ‘사람’과 ‘사람이 가진 기술’을 포기하는 것의 이점과 위험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면서 “해고는 결코 무료가 아니다”라고 액시오스에 말했다.

    지난 8월 미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95%는 AI 투자에 대한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회사가 해고로 1달러를 절감할 때마다 실업보험·해고수당 등의 비용으로 1.27달러가 지출된다고 조직설계 기업 오그뷰는 분석했다.

    오그뷰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기업 리더 10명 중 4명이 AI 때문에 직원을 해고한 경험이 있지만, 그중 55%는 해고를 후회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비지어가 전 세계 142개 기업에서 일하는 240만명 직원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고된 직원의 약 5.3%는 이전 고용주에게 재고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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