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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고액 월세'사는 코인부자 … 세금피하고 유동성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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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에서는 4월 한 달에만 수천만 원의 고가 월세 계약이 다섯 건이나 이어졌다. A씨는 전용 198㎡를 보증금 5억원, 월세 3700만원에 임차했고 B씨는 전용 159㎡를 보증금 10억원, 월세 2400만원에 계약했다. 용산구 한남동에서는 C씨가 7월 나인원한남 전용 206㎡를 보증금 60억원, 월세 1000만원에 임차했다. 용산 센트럴파크 전용 237㎡는 3월 보증금 3억원, 월세 2500만원에 새 임차인을 맞았다.

    초고가 월세는 강남권과 용산을 넘어 영등포·중구로도 확산되고 있다. 10월 영등포구 브라이튼여의도 전용 132㎡는 보증금 2억원, 월세 2000만원에 계약됐고 중구 마이스터빌 전용 244㎡는 보증금 4500만원에 월세 1250만원으로 거래됐다. 8월 중구 쌍용남산플래티넘 전용 177㎡는 보증금 없이 월세 1100만원에 임차인이 들어섰다.

    수천만 원대 초고가 월세가 늘어나는 현상은 고액 자산가의 자산 운용 방식이 바뀌고 주거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주식·부동산 외에 코인 등 다양한 자산에서 현금을 확보한 영리치가 늘었고 이들은 주요 지역 주택을 매수할 경우 자금조달 증빙 절차가 복잡해지는 점을 고려해 월세 거주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유세 부담과 각종 규제에 따른 관리 비용까지 고려하면 굳이 매수해 보유할 이유가 줄어들었다는 인식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고소득·자산가층은 주거비를 생활비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거주비도 옷이나 식비처럼 지불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쾌적한 주거환경에 대한 비용을 선뜻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월세는 고가 아파트뿐 아니라 시장 전반에 걸쳐 늘고 있다. 다만 일반 수요층은 월세를 선호해서라기보다 대출규제 강화로 선택지가 좁아진 영향이 크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월세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는 작년 같은 달보다 9.8% 올랐다. 1~10월 평균 상승률은 10%로 2016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다. 전월세 전환율 역시 지난달 4.26%를 기록해 2018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전월세 전환율 상승은 전세 대비 월세의 가격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월세 부담이 이전보다 커졌음을 의미한다.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전세대출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임차인이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임대인 역시 보유세와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전세 보증금을 받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예전처럼 이익을 내기 어려워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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