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항소 포기 주도했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지난 8일 검찰 내부망에 “중앙지검 수뇌부는 5일 오후 4시쯤 항소를 결정한 뒤, 대검 반부패부에 보고서와 항소장을 보냈다”고 밝혔다. 대장동 사건 수사에 참여한 강 검사는 “수사팀 및 공판팀은 ‘대검 내부적으로도 항소할 사안으로 판단한 후 법무부에 항소 여부를 승인받기 위해 보고했지만, (정성호) 장관과 (이진수) 차관이 반대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일선 검찰청은 주요 사건의 수사·재판 경과를 수시로 대검에 보고한다. 대검이 이를 법무부에 보고하면, 법무부는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에 보고하는 게 관행이다. 현재 민정수석은 봉욱 전 대검 차장, 민정비서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을 변호한 이태형씨다. 대검에선 윤석열 정부 때 고검 등 한직을 돌았던 박철우 반부패부장이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일선 검사들은 “민정수석실 개입이 없었다면 대검이 중앙지검의 항소 결정을 뒤집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법무부와 대검에서 근무해본 차장검사는 “대검에서 항소 결정을 뒤집으라고 하는 것은 업무 관행상 불가능한 이례적 결정”이라며 “노만석 총장 대행이 지시를 거스를 수 없는 ‘높은 곳’에서 항소 포기를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 보고 라인에 있는 인사들의 말이 엇갈린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노만석 대행은 9일 항소 포기와 관련해 “법무부의 의견을 참고한 뒤, (정진우) 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 지검장은 전날 사의를 표명하며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고 했다. 정성호 법무장관도 항소 포기와 관련한 언론사 질문에 “아는 바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정부 때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들은 모두 직권남용 공범들”이라며 “공범들끼리 서로 말이 다르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했다. 차장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정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 없이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면 검찰청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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