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군용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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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전쟁 중 이스라엘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공격을 했다는 증언이 군 내부에서도 나왔다.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영국 ITV에서 방송될 예정인 다큐멘터리 <브레이킹 랭크스: 이스라엘 전쟁의 내막(Breaking Ranks: Inside Israel‘s War)>에 출연한 이스라엘 군인들의 증언을 전했다.
벤 잔드 감독의 이 다큐멘터리는 현역 및 전직 이스라엘 군인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이들 중 일부는 공개 석상에서 처음으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이스라엘 군인들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사용한 터널의 위험을 조사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군사 작전에 이용하는 지하 터널에는 폭발물 등이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군 전차부대의 지휘관인 다니엘은 “인간 방패가 조끼에 휴대전화를 넣은 채로 하마스의 지하 터널을 걸어 다니면서 위성항법시스템(GPS) 신호를 전송했다”며 “모든 중대가 자체적으로 그러한 관행을 운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행은 ‘모기 프로토콜’로 불리며 이스라엘군 사이에서 흔하게 벌어졌다.
이들은 명확한 군사적 지침 없이 이스라엘군이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시인했다. 이스라엘군 기갑부대 장교인 요탐 빌크 대위는 이스라엘군의 공식 훈련 지침은 “수단을 갖추고, 의도가 있으며, 해를 끼칠 능력이 있는 경우”에만 발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전쟁 중 가자지구에서는 이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생사가 절차나 사격 규정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 지휘관의 양심에 따라 결정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상대를 적군이나 테러리스트로 판단하는 것이 자의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원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식량 배급소에서도 민간인을 향한 의도적인 총격이 벌어졌다고 시인했다. GHF 배급소에서 일했던 샘은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받으려고 달려가던 청년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전쟁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도 말했다. 다니엘은 “이스라엘인으로서, 이스라엘군 장교로서 내 모든 자존심을 파괴한 것 같다. 남은 것은 수치심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독립조사위원회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저질렀다고 결론 내렸다. 가디언에 따르면 전쟁 중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사람의 83%가 민간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다큐멘터리에 관해 “이스라엘군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거나 어떤 방식이든 군사 작전에 참여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금지한다”며 “이러한 명령은 전쟁 내내 군대에서 강조됐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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