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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항소 포기한 대장동 항소심, 정말 배상 길은 막혔나? [이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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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검사 선서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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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은 대장동 개발 비리 민간업자들의 범죄수익을 7886억원으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뇌물로 판단한 473억원을 추징했다. 이 사건 항소 포기 이후 국민의힘 등은 ‘김만배 일당이 7800억원을 고스란히 가져가게 됐다’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액 환수가 가능한데 검찰과 국민의힘이 거짓 여론을 편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추징하려는 ‘7886억원’은 어떻게 나왔나?





    7886억원부터 따져봐야 한다. 이는 기소된 대장동 일당 및 투자자들이 벌어들인 수익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대장동 택지분양 배당금(4054억원), 아파트 분양 수익(3690억원), 자산관리위탁수수료(140억원) 등이다.



    일단 검찰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로 기소한 액수는 7886억원이 아닌 4895억원이다. 택지분양 총 배당금은 대장동 일당이 받아간 4054억원과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가 받은 1830억원 등 모두 5917억원이다. 여기에 아파트 분양 수익까지 합하면 9607억원인데, 검찰은 이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6725억원이 공사가 받아갈 정당한 이익으로 판단했다. 여기서 공사가 이미 받은 배당금 1830억원을 뺀 4895억원을 배임으로 발생한 공사 피해액으로 계산한 것이다.



    검찰은 70%라는 숫자에 대해 “피해자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확보했어야 하는 적정 배당권”이라고 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공사가 최소한 확보했어야 할 적정 배당 비율이 70%라는 점에 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체적으로 보더라도 70%를 전제로 했어야 한다는 취지만 나타날 뿐”이라고 했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70%는 검찰이 임의로 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부패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법조인은 “이 사건 공소장을 대대적으로 변경하기 전 검찰이 기소했던 구체적 배임액수는 최소 651억원이었다. 배임액 등 피해액 특정을 검찰도 어려워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결국 검찰이 임의로 정한 70% 배당 비율을 기준으로 배임 피해액이 많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게다가 1심 재판부는 대장동 일당 등이 가져간 아파트 분양수익 3690억원은 아예 범죄수익 판단에서 제외했다. 애초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분양 사업을 직접 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를 공사의 배임 피해액으로 계산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대신 1심 재판부는 대장동 일당이 업무상 배임을 통해 ‘최소 1128억원’의 이득을 챙겼다고 판단했다. 대장동 택지분양 총 배당금 5917억원의 절반인 2958억원에서 공사가 배당받은 1830억원을 뺀 금액이다. 재판부는 배임이 없었다면 공사가 가져갈 수 있었던 이익을 택지분양 배당금의 50% 정도로 판단한 셈이다.





    “업무상 배임죄 적용…대법원 확립된 태도”





    1심 재판부는 “공사가 받은 배당액의 최소 2배를 넘는 이익 발생이 충분히 예상됐는데도 배임으로 이러한 기회와 권리를 상실했다”면서도 검찰이 적용한 특경가법 배임이 아닌 형법의 업무상 배임으로 변경해 유죄를 선고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협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할 때 민간업자들이 앞으로 얻게 될 재산상 이익을 ‘최소 ㅇㅇㅇ억원’ 따위로 추정할 순 있지만,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 판단은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는 이득액이 얼마인지가 범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특경가법 배임죄는 이득액(5억원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 자체가 범죄 구성요건으로 돼 있다. 이득액에 따라 형량이 정해지고 가중 처벌하기 때문에, 대법원은 특경가법 배임죄를 적용할 때는 구체적으로 금액을 산정할 것을 요구한다.



    3대 로펌에서 일하는 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표적으로 부동산은 미래 가치를 확정하기 어렵다. 나중에 보니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해도, 행위 시점(협약 체결 시점)에 미래 가격을 구체적으로 산정하는 것은 어렵다. 대장동 사건 1심 재판부가 특경가법 배임이 아닌 업무상 배임을 적용한 것은 법리적으로 옳다”고 했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1심 재판부가 ‘최소 2배 이익이 예상됐다’고 했는데, 특경가법 배임죄 적용을 위해서는 손에 잡힐 만큼 구체적 금액이 나와야 한다. 수사기록에 다른 내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1심 판결문 자체로 보면 항소하더라도 뒤집힐 일은 없다”고 했다.



    지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정무적 시각에서 보면 도대체 왜 항소를 포기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다만 특경가법 배임죄를 받아내겠다며 항소하는 것은 판례와 법리를 볼 때 항소 이득이 없다. 대법원까지 가도 깨질 것”이라고 했다.



    노태악 대법관 등 현직 법관들이 집필한 ‘형법 각칙’(2024)은 “재산상 이익의 취득은 인정할 수 있으나 그 가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재산상 이득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특경가법의 배임죄로 의율할 수 없고, 단순 배임죄나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을 뿐”이라며 관련 판례를 소개하고 있다. 1심 재판부도 같은 판례를 인용했다.





    무죄 선고된 ‘이해충돌방지법’, 항소했다면 가능성은?





    검찰은 2023년 1월 대장동 일당을 부패방지법(현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 법에 따라 범죄수익으로 판단한 7886억원 전부를 몰수 또는 추징하겠다는 것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검찰은 이해충돌방지법으로 추가 기소한 이유가 ‘범죄수익 환수 안전판’을 만들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1심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무죄가 선고됐는데, 이 부분을 항소심에서 더는 다툴 수 없게 되면서 김만배 일당이 고스란히 범죄수익을 가져가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직무를 통해 공직자 또는 제3자가 얻은 재산상 이익을 환수하게 돼 있다. 배임죄보다 입증이 덜 까다롭다.



    다만 검찰 의도는 따져봐야 한다. 대장동 일당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할 당시 법조계에서는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지렛대 기소라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김만배 등의 추가 기소 공소장에 “이재명 대표가 김만배의 대장동 지분 절반을 받는 계획을 승인했다”며 배임 주체 가장 꼭대기에 처음으로 ‘이재명’을 못 박았다. 검찰은 두 달 뒤 이 대표를 특경가법 배임 혐의로 기소하며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그해 6월에는 공소장 변경을 통해 배임액을 최소 651억원에서 4895억원으로 끌어올렸다.



    1심 재판부는 일단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판단에 앞서 “피고인들의 반대신문권 보장은 물론 변호인 참여도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작성된 조서”를 증거에서 배제했다. 이어진 판단에서는 검찰이 제기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떠받치는 ‘비밀 이용행위’ 자체가 없었으며, 비밀을 이용했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밝혔다.



    도로·터널 개통은 사전에 알려질 경우 토지보상·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검찰은 대장동과 판교를 연결하는 서판교 터널 위치와 개통 정보 등은 업무상 비밀에 해당하는데, 대장동 일당이 이를 사전에 누설하고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판교 터널 비밀 이용행위 및 이후 발생한 대장동 개발 이익 7886억원 모두를 범죄수익으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 기소의 핵심이 되는 사실관계부터 틀렸다고 했다.



    “서판교 터널 위치와 개통 정보는 이미 공지의 사실로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장동 민간업자와의 협약 체결 전인 2014년 공고된 개발계획안과 성남시가 인터넷에 배포한 자료를 보면, 현재 서판교 터널 위치에 산악 지형을 관통하는 터널이 실선으로 표시돼 있다고 했다. 담당 공무원도 해당 실선이 서판교 터널이라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서판교 터널 개통 전 도로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서판교 터널 정보 외에 대장동 개발 사업방식과 일정, 공모지침서 주요 내용 등의 비밀을 이용해 막대한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것은 맞는다며, 대장동 일당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2015년 8월부터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 공소시효(7년)가 시작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배임 범행은 별론으로 하고, 사업시행자 지정 후에는 비밀을 이용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비밀 이용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재산상 이익은 사업자지위 취득에 한정돼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뒤 벌어들인 모든 이익을 불법 비밀 이용에서 파생한 이익으로 봤는데, 재판부는 “최종적 이익을 취득한 시점으로 범죄 성립 시기를 늦추면, 이해충돌방지법에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수익이 발생하지 못한 경우 처벌할 수 없게 되는 등 법적 안정성을 해하게 된다”고 했다. 즉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항소심에서 피해액 못 다툰다?





    대장동 개발 비리 민간사업자들 사건은 11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승한)에 배당됐다. 검찰과 국민의힘은 법무부에 의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게 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액을 환수할 방법이 사실상 막혔다고 주장한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나오면 이를 민사재판에서 증거로 삼아 손해배상을 받아내는데, 특경가법 배임 무죄 등을 다툴 수 없게 되면서 손해배상도 불가능해졌다는 주장이다.



    부패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법조인은 “1심 재판부는 배임에 대해 무죄가 아닌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검사는 김만배 등에 대한 유죄 양형사유를 입증하기 위해 배임죄 피해액 등을 주장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입은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검사는 아무것도 못한다’,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 ‘배상 길이 막혔다’ 주장하는 것은 혹세무민”이라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민사소송을 통한 손해배상이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은 맞지만, 검찰 등이 주장하는 것처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항소심이나 민사소송에서 하남 개발사업 등 비슷한 시기·지역에서 진행된 사업의 이익 배당구조를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입은 피해액을 간접적으로 산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피해액이 산정이 어려우면 민사소송법에 따라 법원이 재량으로 손해액을 산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2016년 개정된 민사소송법은 ‘손해 발생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 손해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 법원은 증거 등을 종합해 손해배상 액수를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한겨레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한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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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산 몰수 특별법도 가능





    국민 법 감정은 형사재판의 딱딱한 법리보다는 대장동 일당이 벌어들인 모든 범죄수익 환수에 더 가까울 것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입은 피해액뿐만 아니라 재판에서 인정되지 않은 재산상 이익까지 모두 몰수·추징해 향후 개발 비리를 단죄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진 2021년 국민의힘 의원 103명은 대장동 개발 부정이익 환수 등을 담은 특별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듬해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겨냥한 성격이 짙은 법안이었다. 개발 비리 단죄와 범죄수익 환수라는 법 감정과 정의 실현을 위해서라면, 국회에서 여야가 이를 다시 추진하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당시 국회 검토보고서는 “헌재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 등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가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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