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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팔레스타인 153명 태운 ‘정체불명’ 비행기···남아공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인 청소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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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OR 탐보 공항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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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태운 전세기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잇따라 도착하면서 이들을 전세기에 태워 보낸 주체와 그 의도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남아공은 이번 사태에 대해 팔레스타인인을 가자지구에서 영구 추방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O R 탐보 국제공항에 팔레스타인인 153명을 태운 전세기가 도착했다. 이들은 남아공 입국에 필요한 서류를 갖추지 않았고 도착할 때까지 자신들이 향하는 곳이 어딘지도 몰랐다. 이들은 12시간 가까이 비행기에 대기한 이후에 남아공의 입국 허가를 받고 비행기에서 내릴 수 있었다.

    로널드 라몰라 남아공 외교장관은 17일(현지시간) “이 비행기의 도착을 둘러싼 정황을 의심하고 있다”며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청소하려는 명확한 의도가 감지된다”고 밝혔다. 라몰라 장관은 “우리는 더 이상 비행기가 오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세계 각지로 이주시키려는 의도가 반영된 조직된 작전”이라고 말했다.

    남아공에 팔레스타인인을 단체로 태운 의문의 전세기가 도착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8일에도 팔레스타인인 176명을 태운 비행기가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지난 14일 “그들이 추방된 것 같다”며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해 90일간 체류를 허가했다. 이들 중 23명은 제3국으로 다시 출국했고 나머지 130명은 자선단체 ‘기프트 오브 더 기버스’ 주선으로 숙소를 제공받아 남아공에 머물고 있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를 경험한 남아공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비판해왔으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스라엘을 집단학살 혐의로 제소하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알마지드 유럽’이라는 단체가 이들의 항공편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이 비행기에 탑승한 팔레스타인인 2명을 인터뷰했는데, 이들은 가자지구를 떠나게 해주겠다는 온라인 광고를 보고 연락을 취한 뒤 1인당 2000달러(약 293만원)을 지불했다. 가자지구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 이스라엘 공항에서 출발한 이들은 케냐 나이로비를 경유한 후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했다.

    남아공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관은 “가자지구 주민의 비극적인 인도적 상황을 악용한 미등록 사기 단체가 이들의 이주를 주선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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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난 자리르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가 13일(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팔레스타인인 153명을 태우고 도착한 비행기 안에서 탑승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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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지구 의사인 아메드 셰하다는 지난달 도착한 팔레스타인인 176명 중 한 명이다. 그는 1인당 1600달러(약 936만원)를 가상통화로 선불로 낸 뒤 목적지를 알지도 못한 채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가자지구의 상황이 너무 끔찍해 위험을 감수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토메르 야나르 린드라는 이스라엘·에스토니아 이중국적자가 알마즈드 유럽을 이끌고 있으며, 린드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강제 이송을 담당하는 이스라엘군 부대와 협력해 여러 건의 난민 수송을 지원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알마즈드 유럽의 홈페이지를 보면 사무실 소재지가 동예루살렘인 것으로 표시돼 있지만, 그곳에서 사무실을 찾을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또 홈페이지에 올라온 홍보 사례가 사실과 달리 조작된 것이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알마즈드 유럽 홈페이지에 게시된 전화 등으로 연락해봤지만 모두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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