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시트 발표 나흘 만에 첫 반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소를 찾아 건조 중인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을 시찰하는 모습. 북한은 지난 3월 8일 이 사진을 공개하며 김정은이 “적들을 제압하는 핵 강국의 강력한 억제력이란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지만, 정확한 방문 시점과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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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8일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이 “지역에서의 핵 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논평을 냈다. 북한은 미국의 한국 원잠 건조 승인은 “비핵국가에 대한 핵 전파 행위”이며 “세계적 핵 군비 경쟁”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도 했다.
국제 사회의 우려와 반대에도 다섯 번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이를 탑재한 전략핵잠수함(SSBN)을 건조 중이라고 주장해 온 북한이 핵무기 없이 동력만 원자로에서 얻는 한국의 원잠(SSN) 건조 계획을 ‘핵 확산’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런 북한의 논평에 대해 이날 대통령실은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北 “韓 원잠, 핵 야망 실현 행보”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지난 14일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설명문 ‘조인트 팩트 시트’와 한미 국방장관 간의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을 비판했다. 북한은 한미 정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을 거론하며 “우리(북한)의 헌법을 끝까지 부정하려는 대결 의지의 집중적 표현”이라고 평했다. 북한은 2012년 개정한 헌법 서문에 자신들이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했고, 지난 9월 김정은이 직접 “비핵화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원칙을 고수한 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은 또 미국이 한국의 원잠 건조를 승인해 준 것이 “전지구적 범위에서 핵 통제 불능의 상황을 초래하는 엄중한 사태 발전”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원잠 건조 계획은 “핵 야망 실현의 대문을 열어제끼기 위한 가장 위험한 행보”이자 “자체 핵 무장의 길로 나가기 위한 포석”이라고도 했다.
한국이 건조하려는 것은 핵무기가 탑재된 전략핵잠이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하에 핵물질을 ‘연료’로만 쓰는 원잠이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1년 1월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핵잠 건조를 ‘5대 전략 과업’으로 꼽았고, 지난 3월에는 직접 전략핵잠이 건조되고 있는 조선소를 찾았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이 한국 원전 산업에 필수적인 우라늄 농축, 사용후재처리 권한 확보 절차를 지지한 데 대해서도 “(한국이) 준핵보유국(準核保有國)으로 키돋움할 수 있도록 발판을 깔아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방적으로 NPT 탈퇴 선언을 하고 핵무장을 한 북한이 NPT를 준수하는 한국의 평화적 원자력 이용을 비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북한은 한미 정상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등을 강조한 데 대해서도 “지역 내 주권 국가들의 영토 완정과 핵심 이익을 부정하고 국제적인 분쟁 지역 문제들에 대한 간섭을 노골화하는 흉심을 드러냈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석좌교수는 “중국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고 했고,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과의 공조 강화를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남북 경협 예산 확대 편성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공지를 통해 “정부는 조선중앙통신의 논평과는 달리 북측에 적대나 대결 의사가 없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한미 동맹이 한반도와 역내 평화 안정에 기여할 수 있게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내년도 남북 경제협력 사업 무상 지원 예산을 올해의 1026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2211억원으로 편성했다. 북한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우리 측이 제공한 경수로 건설용 차관과 대북 차관 등을 한 푼도 갚지 않았다. 이렇게 북한에 떼인 원금과 이자를 합치면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오히려 경협 예산을 늘린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웅 의원실이 남북 경협 기금 세부 사업별 예산을 분석한 결과, 내년도 남북 경협(무상) 예산은 올해보다 115%, 1184억원 늘어났다. 해당 예산은 북측에서 갚을 의무가 없는 지원성 자금으로, 집행 내역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통일부는 경제협력(1789억원), 교류협력 민간 위탁(40억원) 등의 예산을 올해보다 늘려 잡았다. 국민의힘은 ‘2026년도 예산안 100대 문제 사업’ 내부 자료에서 “북한 정권이 이재명 정부 자체를 상대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경협 사업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혈세 낭비”라고 했다.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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