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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정부가 키우는 태양광… 철제 설비 31%가 중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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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 유통 ‘지지대’ 14종 중 5종은

    부식 잘되는 함량 미달 중국 제품

    건축 도금·컬러 강판도 47% 잠식

    조선일보

    태양광 발전 패널을 지탱하는 철제 하부 지지대(빨간 점선)에 품질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중국산 강판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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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산 철강의 범람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바로 안전 문제다. 안전 및 품질 규정의 사각지대에서 저품질의 중국산 제품들이 재생에너지, 건축 현장, 볼트·너트 같은 각종 부품 시장을 침범하면서 부식과 화재, 붕괴라는 구조적인 위험을 사회 곳곳에 잉태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정부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한 태양광 시장이다. 철강 업계에선 태양광 발전 패널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철제 하부 지지대에 검증이 제대로 안 된 중국산 강판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금 강판은 철강재 위에 마그네슘·아연·알루미늄을 도금해 만드는데 육안으로 차이를 알기 어렵다. 한국철강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태양광 하부 지지대 시장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1%까지 늘었다.

    본지가 국내 한 철강 연구소와 함께 시중에 유통 중인 태양광 하부 지지대용 도금 강판 14종을 입수해 검사한 결과, 부식을 견디는 내식성을 좌우하는 마그네슘 함량이 다른 제품의 절반 수준인 중국산 제품이 5종에 달했다. 국내 제품의 경우 모두 함량이 3%가 넘었지만, 이 5종은 1.42~1.56%에 그쳤다.

    태양광 하부 지지대는 한번 설치하면 야외에서 보통 20년 이상 사용되는 만큼 눈·비·바람에 견디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연구소 측은 “마그네슘 함량이 1.5% 정도인 도금 강판으로 태양광 하부 지지대를 만들면 10년만 써도 내구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최근 급증하는 해상 태양광·풍력이나 간척지 등에 저품질 철강재가 쓰일 경우 부식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다. 관급 공사나 대형 건설사 입찰 때는 ‘중국산 철강재’ 사용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태양광 발전 등에는 이 같은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하부 지지대 제작 업체가 중국산 철강재를 쓰고 한국산을 썼다고 속여 납품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건축용 도금·컬러 강판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강판은 지붕·내벽·외벽·간판 등 건축 내외장재로 두루 활용되는 핵심 자재다. 국내에 수입되는 중국산 도금·컬러 강판은 2022년 83만t에서 2023년 104만t, 2024년 131만t으로 매년 급증하며, 전체 내수 시장(280만t)의 47%를 잠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산의 경우 건축법이 정하는 도금량(90g/㎡)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품질이 떨어지고 제조원도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철강사인 동국씨엠 측은 “도금 두께는 부식 및 화재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중국산 불량 제품이 국내에 유통되지 않도록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품을 결합하는 안전장치 역할의 볼트, 너트 역시 중국산이 시장의 35%를 차지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정한성 한국파스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국내외에서 강도와 체결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볼트를 썼다가 물탱크 폭발이나 놀이기구 전복 사고가 났던 전례가 있다”며 “국내 유통 제품에는 KS 인증을 받고 원산지도 표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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