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배상 취소 소송 승소
소송비 73억도 돌려받게 돼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18일 오후 3시 22분쯤 미 워싱턴DC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취소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는 세계은행 산하 기구로, 회원국 간 투자 분쟁을 해결하는 곳이다.
김 총리는 “취소위원회는 2022년 8월 30일 중재 판정에서 인정했던 배상금 원금 2억1650만달러(당시 기준 2890억여 원) 및 이자 지급 의무를 모두 취소했다”며 “이로써 원 판정에서 인정된 현재 환율 기준 약 4000억원 규모의 정부의 배상 책임은 모두 소급해 소멸됐다”고 했다.
2023년 9월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판정 취소 신청을 결정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론스타 소송 대한민국 승소!”라고 적었다.
그래픽=양인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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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중대한 절차 위반“… 13년 악연 끝났다
한국 정부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론스타와 벌인 국제 투자 분쟁(ISDS)에서 원래 결정을 뒤집고 승소할 수 있었던 것은 론스타 측의 절차 위반이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고 한다. 론스타와의 ISDS 중재판정 취소 소송에 참여한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18일 “(론스타 측의) 중대한 적법 절차 위반이 있었고, 중재 판정부의 권한을 넘어섰고, 판정의 주요 이유를 제대로 설시하지 않았다”며 “이 세 가지가 정부의 결정적인 승소 이유가 됐다”고 했다. 정 국장은 그러면서 “지난 1월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구술 심리에서 취소위원들이 이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해서 (승소가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지금까지 취소 절차에 들었던 한국 정부의 소송 비용도 론스타가 모두 지급해야 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정부가 그간 취소 절차에서 지출한 소송 비용 합계 약 73억원을 론스타가 30일 내에 지급하라는 환수 결정을 받아냈다”고 했다.
법조계는 이 사건 승소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경우라고 평가했다. 지난 1966년 ICSID 출범 이후 올해 6월까지 취소 신청된 사건 503건 가운데 전부 또는 일부 인용된 사건 25건(5%)에 불과했다. 론스타 사건에 관여했던 한 변호사는 “ISDS 중재 판정에 대해 양측이 취소 소송을 제기한 사례 자체가 드문 데다가 양측이 이의를 제기한 사건에서 한쪽 주장이 전면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선례가 없다”면서 “우리 정부가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분쟁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론스타는 2003년 9월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외환은행을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여러 회사와 매각 협상을 벌인 론스타는 2012년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해 약 4조7000억원(배당 포함)을 벌었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소유할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2006년 감사원이 외환은행이 인수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부적절하게 매각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가 은행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와 함께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도 불거졌다. 이 혐의는 2011년 3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그러자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46억7950만달러의 손해를 봤다며 2012년 11월 ICSID에 국제 중재를 제기했다. 론스타 측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한국 금융 당국이 매각 승인을 고의로 지연시켰고, 매각 대금을 인하하는 등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중재 판정부는 중재 제기 10년 만인 2022년 8월 론스타 측 청구를 일부 인용해 한국 정부에 손해배상금의 4.6%인 2억1650만달러(2890억여 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할 때 정부 승인이 늦어 생긴 손해의 절반을 배상하면 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날 ICSID는 이 판정을 뒤집고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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