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다카이치 발언에 중국 국민 공분"
日, '中국장 주머니 손' 영상에 "항의"
중국 베이징 시내 한 일식당이 2023년 8월 27일 식당 입구에 '일본에서 수입한 모든 수산물 판매를 중단한다'는 안내 문구를 내걸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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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에 대해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지'를 선언하며 보복 수위를 한층 높였다. 사실상의 '한일령(限日令)'으로 관광·문화 교류를 차단한 데 이어 일본의 숙원이었던 수산물 수입을 재개한 지 보름 만에 재차 중단하며 강력한 보복에 나선 것이다.
19일 일본 교도통신, NHK방송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날 오전 일본에 정식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지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중국 측은 수입 중지 이유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명 '처리수')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의 이번 조치는 최근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잘못된 발언이 중국 국민들의 강한 공분을 샀다"며 "현 상황에선 일본산 수산물이 수입돼도 시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측이 발언을 철회하고 행동으로 보이지 않으면 "중국은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경주=교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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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수입 재개가 양국 관계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온 만큼, 수입 중단 역시 경제 보복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중국은 일본이 2023년 8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자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2년 여가 지난 후에야 시작된 조건부 수입 재개 조치는 지난달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 기간 열린 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뤄졌다. 당시 다카이치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원활한 수입 재개'를 요청했고, 닷새 뒤인 지난 5일 홋카이도산 냉동 가리비 6톤이 일본을 떠나 중국으로 향했다. 관계 개선을 바란 중국이 다카이치 내각 출범과 함께 일본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해 준 셈이다.
그러나 이틀 뒤인 지난 7일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에서 현직 일본 총리로선 처음으로 "(중국이) 대만 유사시 무력행사를 수반하면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발언해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중국은 "발언 철회는 없다"는 다카이치 총리의 입장을 확인한 뒤 보복 카드를 하나씩 풀고 있다. 지난 15·16일에는 '자국민 일본 여행·유학 자제'를 권고했고, 전날에는 일본 영화·애니메이션 중국 내 개봉이 연기됐다.
류진쑹(오른쪽) 중국 외교부 아시아국장이 18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가나이 마사아키(왼쪽)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나 뒷짐을 진 채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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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적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전날 류진쑹 외교부 아시아국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내려다보는 영상을 공개했는데, 외교적 우월성을 강조한 의도적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푸충 유엔 주재 중국대표부 대사는 전날 유엔총회 안전보장이사회 개혁 연례 토론에서 "일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노릴 자격이 전혀 없다"고 규탄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류 국장 영상에 발끈하면서도 "중국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 대변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측과 조율 없이 언론 노출이 이뤄진 점은 중국에 적절히 항의했다"면서도 "중국의 이해와 협력을 늘려 나가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중국 측에 '에스컬레이터(보복의 단계적 강화)' 구실을 주지 않도록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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