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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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의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포스코와 협력 업체 직원 등 3명이 의식불명 상태다. 또 3명이 부상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포항제철소에선 지난 3월 설비 끼임 사고로 자회사 근로자 1명이 숨졌고, 이달 5일에도 불산 누출 사고로 협력 업체 직원 1명이 사망했다. 인명 사고가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포스코 측이 안전 관리 및 재발 방지를 부실하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사고는 오후 1시 47분쯤 스테인리스 4공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소방에 “배수로 근처에서 슬러지(찌꺼기)를 제거하던 작업자가 가스를 들이마셔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고 초기 가스를 흡입해 쓰러진 사람은 청소 작업 중이던 협력 업체 직원 2명이었다. 두 사람은 호스가 달린 청소 차량을 이용해 배관 주변 배수로를 청소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이들이 일산화탄소 질식으로 쓰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일산화탄소는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에 산소보다 강하게 결합한다. 따라서 과다 흡입할 경우 산소 부족으로 질식하게 된다.
이후 이들을 발견한 포스코 직원 A씨(40대)가 포스코 내부 소방대에 사고 사실을 신고하고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이어 소방대 직원 3명이 출동해 쓰러진 사람들에게 심폐소생술 등 구조 작업을 시도하다가, 어지럼증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후 10시 현재 A씨와 협력 업체 직원 2명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인공호흡기를 달고 치료를 받고 있으나 위중한 상태”라고 했다. 소방대 3명은 생명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청소 작업 중 외부 충격이나 배관 부식 등의 문제로 흘러나온 일산화탄소를 작업자들이 흡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작업자들이 유해 가스 유출에 대비해 안전 장비를 착용했는지, 포스코 측이 작업 환경을 안전하게 관리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난 작업장에 ‘작업 중지’ 권고를 내렸다.
그래픽=이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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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에서 올 들어 발생한 안전 사고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3월엔 스테인리스 1냉연 공장에서 포스코PR테크 소속 40대 직원이 수리 작업을 하다 설비에 끼여 숨졌다. 지난 5일엔 스테인리스 압연부 소둔 산세(금속 처리) 공장에서 유해 화학물질인 불산이 누출돼 포스코DX 협력 업체 소속 직원 1명이 숨지고, 3명이 화상을 입었다. 당시 심민섭 포스코DX 대표가 직접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 만에 또다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포스코가 안전 조치를 제대로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단체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의 김중진 대표는 “유해 가스 농도 측정을 제대로 했는지, 근로자들이 보호구를 착용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포스코그룹 내부도 잇단 사고로 혼란에 빠진 상태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장인화 회장 직속으로 ‘그룹 안전특별진단 TF(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지만, 이날 또다시 사고가 난 탓이다. 장 회장은 지난 9월 유럽에서 글로벌 안전 전문 컨설팅 기업 SGS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근로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사고를 당한 분들의 건강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편, 관계 기관의 조사에도 충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포항=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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