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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교권 추락

    학생 격려한 교사 말에 AI 평가 "거짓말"…교사들 '교권 침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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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교육청, '하이러닝' 홍보 영상 속 AI의 교사 평가에 반발
    교원 단체들, 공개적으로 비판…영상 삭제하고 출연 교사는 사과


    파이낸셜뉴스

    경기도교육청의 AI 학습 플랫폼 ‘하이러닝’ 홍보 영상 화면. /사진=경기교사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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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뉴스] 경기도교육청이 ‘하이러닝’ 홍보 영상을 공개한 뒤 논란이 확산됐다. 인공지능(AI)이 교사의 말과 행동을 평가하는 내용을 두고 교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자 영상은 삭제됐고 영상에 출연한 교사는 교원 전체에 공개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럴드경제는 20일 하이러닝 홍보 영상에 출연한 교사 A씨가 ‘죄송합니다 선생님’이라는 제목으로 초등교사 커뮤니티에 사과문을 게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A씨는 “경기도교육청 AI 서·논술형 평가 홍보 영상의 부적절한 내용으로 선생님들께 너무나 큰 고통과 피해를 드렸다. 특히 평가 결과를 두고 학생이 거칠게 이의제기를 하는 모습에 많은 선생님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적었다.

    이어 “교육 현장에서 평가를 하며 이의제기를 받을 때면 교사의 평가권이 침해받는 듯한 현실에 분노와 무력감을 느꼈음에도 영상에서 그러한 교육 현실을 조롱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 더욱 큰 죄책감과 자괴감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A씨는 또 “출연진으로서 대본을 받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내용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촬영 당시 바로잡지 못했다”며 “교사라는 이름을 걸고 만드는 콘텐츠들이 가진 무게를 인지하지 못하고 묵묵히 교실에서 아이들을 지키고 계시는 선생님들의 노력을 가볍게 만든 점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해당 영상은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에 ‘2035 하이러닝’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홍보영상이다. 영상에는 AI 서술형·논술형 평가시스템이 교사의 국어과목 서술형·논술형 시험 채점을 돕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경기도교육청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문제의 장면은 AI로 분장한 인물이 오답에 대한 학생들의 이의 제기에 교사를 도와 설명하는 데서 나왔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분석한 학생의 말에 교사가 격려하자 AI가 “빈말입니다. 동공이 흔들리고 음성에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습니다”라고 했고 쉬는 시간에 회의가 있다는 교사의 말에는 “거짓말입니다. 평소 이 시간에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간입니다”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교원 단체들은 교권을 희화화했다며 경기도교육청을 비판했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을 우스꽝스럽게 왜곡해 표현하고 교육활동을 폄훼했다”며 유감을 표명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도 “교사를 AI의 부속품처럼 묘사하고 교사와 교육 본질을 왜곡, 경시하는 태도를 드러냈다”고 반발했다.

    경기교사노동조합 역시 “단순한 연출 과잉을 넘어 현장 교사를 모독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후 경기도교육청은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18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임 교육감은 “선생님들께 참여를 요청해서 이뤄진 업무를 실무적으로 제대로 거르지 못해 발생한 일이다. 당초 의도와 달리 현장 선생님들께 상처를 드린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이번 일은 경위가 어떻든 분명히 저의 책임”이라고 전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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