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이상한 과자가게’가 지난 4일 영상을 올려 서울 종로구 광장전통시장의 한 노점에서 바가지 요금과 불친절한 응대를 경험했다고 밝혔다./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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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은 서울의 역사이자 대한민국의 자존심입니다. 시장 이름이 더럽혀지는 걸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상인회가 바로 옆 ‘광장전통시장’ 상인회에 이런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다음 날에는 “3억원의 손해 배상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예고문도 보냈다. 광장시장이 계속해서 ‘바가지 논란’으로 뭇매를 맞으면서 상인들간 법적 분쟁이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우리는 정가에 합리적으로 음식을 판매하는데 다른 상인들이 바가지 요금, 강매 등을 하고 있다”며 상대방을 비판하고 있다. 광장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내용증명을 받은 이후에 상인회 내부적으로 회의를 한 차례 진행했고, 11월 말에 한 차례 더 토의를 거쳐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흔히 ‘광장시장’으로 부르는 이 지역은 ‘광장전통시장’과 ‘광장시장’으로 나뉜다. 이 구역 중심부에 광장시장이 위치하고, 광장전통시장이 이를 둘러싼 형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일 유튜브에 올라온 한 영상이다. 광장전통시장의 한 먹거리 노점을 찾아 순대를 주문한 이 유튜버는 “메뉴판에는 순대 가격이 8000원으로 나오는데 왜 1만원을 달라고 하시냐”고 물었고, 직원은 “내가 (순대에) 고기를 섞었잖아”라고 답했다. 하지만, 본인 의사와 달리 노점 측이 임의로 고기를 섞어 바가지를 씌웠다는 게 이 유튜버의 주장이다.
문제는 이 영상으로 인해 광장전통시장 옆 광장시장 상인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광장시장 상인들은 해당 영상이 업로드된 이후 “광장시장은 바가지 시장”이라는 여론이 강해져 매출이 대폭 줄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광장시장에서 전집을 운영 중인 50대 A씨는 “월세 등 고정비가 한달에 2000만원인데 바가지 요금이 문제가 된 이후로는 매출이 코로나 시기 수준”이라며 “솜방망이 처벌만 하는 저쪽 상인회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구청이 모두 원망스럽다”고 했다. 광장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지난 7월 한 방송에 우리 쪽 상인이 판매하는 해물 상자 옆에서 양치를 하고 물을 뱉는 장면이 나와 바로 폐업을 시켰다”며 “기껏해야 10일 영업정지 조치만 내리는 저쪽은 왜 그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본지 기자가 지난 19일 오후 12시 30분쯤 찾은 광장전통시장 노점들은 전통시장임에도 가격이 저렴하지 않았다. 3000원짜리 떡볶이에는 어묵, 달걀 등 다른 재료는 없이 손가락 길이보다 짧은 떡 6개만 들어갔고, 어묵은 한 꼬치에 1500원이었다. 대체로 1000원에 판매되는 일반 가게의 어묵보다 50% 비쌌던 것이다. 일부 노점은 산낙지 한 마리를 1만8000원에 팔고 있었는데, 3마리에 약 2만원을 받는 노량진수산시장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비쌌다. 싱가포르에서 온 한 30대 남성 관광객은 “이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해 사먹긴 했지만, 싱가포르 전통시장에선 국수가 4000~5000원 정도인데 이곳은 대부분 8000원이라 꽤나 비싸게 느껴졌다”고 했다.
광장시장과 광장전통시장의 경계/종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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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전통시장 내 노점의 바가지 요금이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11월에는 성인 한입 크기의 전 8~9개만 포함된 모둠전이 1만5000원에 판매돼 논란이 됐고, 작년 4월에는 손님이 주문한 6개 5000원짜리 고기만두에 임의로 김치만두를 섞어 9개 1만원에 팔아 구설수에 휩싸였다. 광장시장에서 20년째 건어물과 폐백 음식을 판매하는 김필제(65)씨는 “전통시장 노점에서 바가지 논란 있을 때마다 매출이 뚝 떨어진다”며 “열심히 세금 내면서 장사를 하는데 소문이 안 좋게 나니까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모둠전 논란’ 이후 광장전통시장 상인회는 재발 방지를 위한 결의대회까지 열었다. 당시 상인회는 바가지요금 등과 민원이 접수되면 영업 정지 조치를 취하고, 월 1회 상인 서비스 질 향상 교육도 하기로 했다. 판매 음식에 대한 정량 표시제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염불에 그친 모습이다. 광장전통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서비스 교육은 연 2회 정도만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식의 양을 정확히 표시하는 게 어려워 그 대안으로 실시한 ‘QR 메뉴판’도 광장전통시장 내 먹거리 노점 114곳 중 88곳에서만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QR 메뉴판은 고객이 노점에 걸린 QR을 스캔하면 메뉴의 사진과 그에 대한 설명이 20개 국어로 나오는 시스템이다. 바가지 요금에 따른 영업정지는 통상 10일 정도인데, 이 역시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 단말기를 도입한 먹거리 노점도 114곳 중 77곳에 불과하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종로구는 광장전통시장 내 노점들에게 이번달부터 도로 점용료를 받기로 했다. 광장전통시장 상인회 결성 22년 만에 도로 점용 허가를 내는 것이다. 하지만, 연간 도로 점용료가 노점의 면적에 따라 20만원~350만원 수준이라 너무 낮은 수준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점은 식품위생법상 허가를 받을 수 없어 기본적으로 불법이고, 시장 특성상 현금 장사가 대부분이라 탈세가 용이하다는 점도 여전히 문제로 꼽힌다.
[김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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