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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베이루트 공습해 헤즈볼라 2인자 살해···‘휴전 아닌 휴전’ 가자지구 닮은꼴[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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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3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아파트를 표적으로 한 이스라엘 공습 현장에서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헤즈볼라 참모총장 하이탐 알리 타바타바이가 살해됐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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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이 23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2인자 하이탐 알리 타바타바이(57)를 살해했다. 1년 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대한 공세를 최근 확대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 항공기가 베이루트 남부의 인구 밀집 지역 다히예의 한 아파트를 표적 공습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 공습으로 5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다히예는 헤즈볼라가 오랫동안 장악해 온 지역이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으로 헤즈볼라 참모총장인 타바타바이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타바타바이가 헤즈볼라 재건과 재무장을 이끌었다며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새롭게 세력을 키우고 다시 위협이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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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헤즈볼라 참모총장 하이탐 알리 타바타바이.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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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바타바이는 헤즈볼라 수장 나임 카셈에 이은 2인자로, 헤즈볼라의 최고위 군사지도자다. 이스라엘군은 “테러 조직의 핵심 요원이자 베테랑”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은 2016년 타바타바이를 테러리스트로 지정, 500만달러(약 74억원)의 현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1980년대 헤즈볼라에 합류한 타바타바이는 정예 전투부대인 라드완 부대를 지휘하는 등 여러 고위직을 맡았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9월부터 레바논 남부에서 벌인 ‘북쪽의 화살’ 군사작전에서 전투를 지휘했고, 지난해 11월 휴전 이후 참모총장에 올랐다.

    이스라엘이 베이루트를 공습한 것은 지난 6월 이후 6개월 만이다.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후, 하마스의 동맹인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로켓 등으로 공격하면서 1년 가까이 무력충돌이 이어졌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저항의 축’의 일원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9월 헤즈볼라 전투원들을 상대로 무선호출기 폭탄 공격을 벌여 수십명을 살해하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혔고, 같은 달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했다. 이스라엘에 의해 지도부가 궤멸하다시피 한 헤즈볼라는 지난해 11월 미국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휴전 합의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대한 지속적인 공습을 벌여왔으며, 최근 헤즈볼라가 재무장하고 있다며 공습을 확대해왔다. 지난 18일에는 레바논 남부의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를 공격, 최소 13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헤즈볼라 무장해제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2월 취임한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올해 말까지 헤즈볼라 무장해제를 약속했지만, 헤즈볼라가 이에 저항하고 있다. 레바논 정부는 내부 갈등을 우려해 무력을 이용한 헤즈볼라 무장해제에는 주저해온 상황이다.

    헤즈볼라 정치위원회 부의장 마무드 쿠마티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헤즈볼라가 보복을 위해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쿠마티 부의장은 “헤즈볼라 지도부는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며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 전문가 알리 리즈크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이 전면전을 벌일 명분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헤즈볼라가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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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 다히예의 아파트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괘됐다. 이 공습으로 헤즈볼라 참모총장 하이탐 알리 타바타바이가 살해됐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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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이스라엘은 22일 가자지구 전역을 공습해 20명 이상이 사망했다. AP통신은 가자지구 병원을 인용,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소 24명이 숨지고 어린이 등 54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지지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두 차례 대규모 공습을 가해 50명 이상이 사망했다.

    레바논과 가자지구 모두 미국의 중재로 휴전했지만, 이후에도 무력충돌이 계속되는 ‘휴전 아닌 휴전’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휴전 1년째 이스라엘 공습이 지속되고 있는 레바논의 경우와 같이 가자지구에서도 산발적인 무력 충돌이 지속되는 ‘평화 없는 휴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공격한 후 군사적 우위를 점한 뒤 무장해제를 요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공격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모두 세력이 크게 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거점 지역에서 조직 재건과 통제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과 하마스·헤즈볼라 등 이 지역과 관련된 이해당사자 모두 ‘휴전 아닌 휴전’의 현상유지를 유리하게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원하는 때 공격할 수 있고, 헤즈볼라와 하마스는 무장해제를 미루고, 미국은 휴전을 성사시킨 성과를 내세울 수 있으며, 아랍 국가들은 군대나 자금의 투입을 미룰 수 있다는 것이다.


    ☞ ‘평화구상’ 유엔 통과 이틀 만에…이스라엘, 가자 전역 공습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202120005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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