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통화서 부산 ‘무역휴전’ 당시 전무했던 대만 언급
트럼프 “대만 문제의 중요성 이해한다”...대만 문제 침묵 이어가
‘美는 나서지 않는다’는 점 日에 보여줬다 분석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김해국제공항에서 양자 회담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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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도현정·김영철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 통화로 양국 국빈 방문과 무역협상 이행 등 여러 의제를 논의한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할 대목은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일본에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이 미국에 대만 문제에 협력 내지는 한 발 물러서 있을 것을 주지시키며 일본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 소셜에 “시 주석과 매우 좋은 전화 통화를 했다”며 “시 주석은 내게 (내년) 4월 베이징 방문을 초청했으며, 난 이를 수락했다. 시 주석은 내년 중(4월 방중 이후)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나의 손님이 될 것”이라 게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통화는 3주일 전 한국에서 있었던 매우 성공적인 회담의 후속”이라며 “그때 이후로 (미중) 양측은 우리의 합의를 최신이자 정확한 상태로 유지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이제 우리는 큰 그림에 시선을 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 구상, 미국의 대중(對中) 펜타닐 관세 인하와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가 전한 통화의 논제에는 대만 문제나 최근 중일갈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중국 관영언론인 신화통신이 보도한 두 정상의 통화에서는 대만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통화에서 “중국과 미국이 협력하면 모두에 이롭고(合則兩利)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鬪則俱傷) 것은 실천을 통해 반복 증명된 상식으로, 중미의 상호성취·공동번영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현실”이라며 “양국은 이 추세를 유지하고 올바른 방향을 견지해 협력 리스트를 늘리고 문제 리스트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 주석이 언급한 ‘협력 리스트’에는 대만 문제도 있었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에 관한 중국의 원칙적 입장을 설명하면서 “(중국으로의) 대만 복귀는 전후 국제 질서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라며 “중국과 미국은 일찍이 어깨를 걸고 파시즘·군국주의에 맞서 싸웠고 현재는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를 더 잘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양국은 부산 회담의 중요 합의를 전면 이행하고 있다”며 “중국은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고 미국은 중국에 있어 대만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번 통화를 두고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먼저 통화를 제안했다는 점, 지난달 정상회담에서는 전혀 다뤄지지 않았던 대만 문제가 언급됐다는 점, 트럼프 대통령은 굳이 밝히지 않았던 대만 관련 언급을 중국 관영 통신에서 공개했다는 점 등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의중을 ‘떠보면서’ 중국 주장에 대한 원론적인 동의 내지는 대만에 대해서는 침묵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끌어와 일본을 고립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자, 일본에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 정통한 인사들을 인용해 시 주석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접촉했다 전하며, 보기 드문 ‘외교적 구애’ 성격을 띠게 됐다고 이번 통화의 의미를 분석했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 영향을 줄 전략적 기회로 이번 통화를 활용했다는게 WSJ의 분석이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중국을 담당했던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WSJ에 “시 주석이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은 극히 이례적인데, 이는 시 주석이 트럼프의 인식을 바꿀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며 “대만 정책은 거의 확실하게 시 주석 계산의 중심에 있다. 미국을 대만의 미래에 대해 중국 쪽 시각에 더 가깝게 끌어당기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위기그룹의 동북아 선임 분석가 윌리엄 양은 블룸버그통신에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지원에 나설 의향이 있는지 지켜보고 싶어 한다”며 “(중국이)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게도 대만 문제에 관한 유사한 발언을 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경고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크탱크인 유라시아 그룹의 선임 분석가 제레미 찬은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지난달 부산 회담이 주로 경제 문제에 집중되었으며 안보 문제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중국이 일본·대만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을 타진하는 것”이라 짚었다. 그는 “중국은 일본을 최대한 고립시키려 하며, 이 과정에서 트럼프가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트럼프와 그의 안보 참모들이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트럼프가 크게 관심 갖지 않는 사안에 대해 그가 계속 방관하도록 안심시키려 할 것”이라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인 조 바이든과 달리 대만에 대해 모호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중국이 일본 고립 작전에 불을 붙인 계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대만 방어 의지를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방어 의지를 이어간다는 언급을 한 바 없었다. 오히려 대선 운동때부터 “대만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거나 대만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를 겨냥해 “미국의 칩 사업을 대만이 거의 다 가져갔다”는 등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쳐왔다.
중국의 ‘일본 고립작전’은 미국을 넘어 국제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1일 유엔에도 대만 문제에 대한 일본의 개입 가능성을 비판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블룸버그는 “이 서한은 분쟁의 범위를 일본을 넘어 중국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아프리카 등 글로벌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국·신흥국)까지 확장시키고 있다”며 “중국 일본의 개입을 ‘침략’으로 규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대만 방어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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