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0일 미국 워싱턴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1월15일 폴란드 바르샤바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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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작성했다고 알려진 새로운 19개항 평화안에 대해 백악관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모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러시아 위시리스트’에 가깝다며 기존 28개항 평화안에 반발했던 우크라이나 대신 이번에는 러시아 쪽이 반발할 기세다.
제네바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만들어낸 ‘평화 프레임워크’ 가운데 민감한 사안은 양국 대통령의 결정으로 미뤄뒀지만 백악관에서는 일단 평화안 도출에 낙관하는 분위기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견은 단지 몇개에 불과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는 희망과 낙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레빗 대변인은 “대통령 국가안보팀과 우크라이나 대표단 간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하였다”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윗코프 특사가 제네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양쪽 의견이 들어간, 미국이 제안한 28개 조항의 평화구상을 철저히 검토하고 세밀하게 조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네바에서 합의한 안은 기존 언론에 보도됐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는 이날 협상에 정통한 인사를 인용해 “원래 28개항이던 계획이 19개항으로 축소되었으며, 영토 문제는 정상급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세르히 키슬리차 우크라이나 외교부 제1차관을 인용해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합의에 도달했지만, 영토 문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관계와 같이 가장 논쟁이 될 만한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괄호로 묶어뒀다”며 “원래 안에서 남은 게 거의 없다”고 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제네바 회담에 참석했던 키슬리차 차관은 초안에 제시됐던 우크라이나군 규모 상한(60만명)은 “더 이상 논의 테이블에 없다”며 전범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면도 수정됐다고 전했다. 정확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제네바 회담에 앞서 영국·프랑스·독일이 제안한 수정안 내용과도 일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교장관은 이날 독일 공영 라디오에서 “유럽이나 나토와 관련한 모든 논란거리가 이 계획에서 제거됐”다며 “확실한 성공”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정을 거친 새 평화안을 환영했다. 그는 이날 밤 영상 연설에서 “(제네바 회담 뒤) 이 프레임워크에 올바른 요소들이 많이 반영됐다”며 “이제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필요한 단계 목록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보고받은 새 평화안이 “진정 옳은 접근”이라며 “가장 민감한 문제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아직 (유럽 쪽 수정안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바 없다”며 “만약 지금까지 기록해온 (미-러) 알래스카 회담의 정신과 문구가 사라졌다면,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 외교정책 보좌관은 “유럽의 계획은 언뜻 보기에 완전히 비건설적”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유럽 국가들이 제안한 평화안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가 △전후 나토의 우크라이나 주둔 금지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 포기 및 우크라이나 병력 대거 감축 등 러시아 쪽 핵심 요구 사항들을 대거 완화 및 삭제했다. 대니얼 드리스컬 미 육군장관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로 이동해 24일 밤 짧게 러시아 쪽과 만났으며 25일 관련 협의를 이어갔다고 시엔엔(CNN)은 전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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