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기술 좋은 회사 합쳐야 살아남아"
(왼쪽부터)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오경석 두나무 대표가 27일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1784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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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가 각자의 강점을 결합하고 시너지를 낸다면 기술력, 신뢰, 고객 기반 모두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이 결합한 차세대 금융 프라를 관리하고, 금융 전반, 더 나아가 생활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새로운 플랫폼 질서를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27일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1784에서 열린 네이버, 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이 타이밍을 놓치면 글로벌 경쟁자들의 선점 효과로 따라가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다. (3사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금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면서 이처럼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두나무 주식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2.54주를 교환하는 포괄적 주식교환 안건을 의결했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양사 간 현금지출이 수반되지 않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선택했으며,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고 설명했다.
주식교환이 완료되면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국내 핀테크 시장 1위인 네이버파이낸셜,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 네이버가 한 배를 타게 된다. 네이버는 앞으로 5년간 인공지능(AI), 웹3.0 생태계 육성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도 직접 참석했다. 스스로를 '원조 은둔의 경영자'라고 소개한 그는 "네이버가 공룡이라고들 하지만, 글로벌하게 보면 빅테크에 비해 우리는 시가총액이든 연구개발(R&D) 투자든 100분의 1 수준인 작은 회사"라면서 "그런 회사 입장에서 경쟁에 살아남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매년 생존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AI와 웹3.0라는 거대한 흐름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저희 혼자 해나가기는 어려운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살아남아 의미 있는 경쟁을 해 나가려면 웹3.0에 가장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와 힘을 합쳐야 다음 단계로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두나무와 융합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웹3.0은 AI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탈중앙화된 인터넷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금융인프라에 의존하지 않고도 결제·송금 등이 가능해진다.
송 회장은 "글로벌 벤치마킹 대상으로 코인베이스, 서클을 이야기하는데 재작년만 해도 업비트가 더 컸고, 작년에도 거래량은 우리가 더 많았다"면서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베이스(BASE) 같은 체인들, 거래 기업들이 채권을 토큰화하는 등 여러가지로 기반이 많이 다르다보니 차이가 난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에서 웹3.0와 핀테크가 결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힘을 합치게 된 계기"라면서 "저희와 네이버, 네이버파이낸셜이 합쳐졌을 때는 충분히 (코인베이스에) 걸어볼 만한 사이즈는 되는 것 같다. 3사가 시너지를 내서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합병설 부인…나스닥 상장은 "필요하면 검토"
일각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흡수합병하거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리라는 추측이 나왔다. 두나무가 이른바 '빅4' 회계법인으로부터 3년치 사업보고서를 받아 미국 나스닥 상장에 필요한 형식적 요건을 갖춘 만큼 두나무 주주들 사이에서는 미국 나스닥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다만 네이버 주주 입장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을 따로 상장하게 된다면 '중복 상장'이라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합병에 대해서는 "검토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지만, 나스닥 상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계획이 없다"며 한발 물러났다.
최 대표는 "중복상장과 관련해서는 우려하는 대로 사회적인 문제점도 많고,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필요하다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자본시장의 접근성을 제고하려는 목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나무를 자회사로 편입한 후 네이버파이낸셜 이사회의 조직도 변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어제 이사회를 통해 이제 시작을 한 단계고, 딜(Deal)이 완료되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딜이 완료되면 이사회 조직 변화가 있을 예정이며, 현재 결정된 건 없지만 송치형 등 주요 경영진이 와서 같이 경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회사인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독립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이에 맞게 구성될 예정이다.
'넥스트 이해진'? "차기 리더 언급단계 아냐"
이번 주식교환을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의 지분은 17%로 줄어든다. 이에 송 회장과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은 안정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의 의결권을 네이버에 위임할 예정이다. 네이버가 보유한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이 줄어드는 것을 두고 이 의장은 "사업이 우선이지 제 지분을 고민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네이버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 투자도 받고 여러 번의 M&A를 해왔다. 제 지분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M&A를 하지 않았다면 네이버는 지금 굉장히 작은 회사거나 망해서 없어진 회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저는 회사를 지분으로 운영하는 게 아니고, 능력 있는 후배들이 회사를 이끌어 가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이 의장이 네이버의 차기 리더십으로 송 회장을 점찍었다는 추측에 대해서는 에둘러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이 의장과 송 회장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후배로 신뢰관계가 두터운 데다, 파격적인 딜인 만큼 향후 네이버를 맡기는 게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다.
이 의장은 "송 회장은 사업적으로는 뛰어난 성과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기술에 대해 굉장히 뛰어난 이해력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의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 "굉장히 좋은 후배라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저희가 차기 리더십까지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의장은 송 회장과 오랜 친분이 있고 과 후배인 건 맞지만, 제대로 만난 건 2년밖에 되지 않는다고도 해명했다. 오히려 송 회장과 최 대표가 사업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는 설명이다. 송 회장은 "너무 큰 결정이라 인생에서 가장 길게 고민했는데, 새로운 도전을 글로벌에서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더 컸다"면서 "장고 끝에 같이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려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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