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의정부지방법원이 성폭력처벌법 제7조 제3항에 대해 직권으로 청구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최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헌법재판소./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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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사업체 관리자인 A씨는 2021년 한 초등학교 내부 공사를 진행하던 중 화장실 앞에서 마주친 피해자 1명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왼쪽 눈가에 입맞춤을 하는 등 미성년 아동 3명에게 입맞춤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들의 나이는 6~7세였다. 또 다른 피고인 B씨는 2023년 엘리베이터 안에서 일면식이 없는 7세 피해자가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손잡이에 손을 걸치고 있는 것을 보고 오른손을 피해자의 왼쪽 손 위에 얹고 약 5~6회에 걸쳐 피해자의 손을 쓰다듬듯이 만지고 잡은 혐의로 기소됐다.
두 사건을 모두 심리하는 의정부지법 측은 헌재의 심판 대상이 된 조항에 대해 “강제추행으로 인정되는 행위 유형이 매우 광범위한데도 벌금형을 규정하지 않고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정상참작감경을 하더라도 최소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해야 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성적인 목적이 없는 추행과 그렇지 않은 추행 사이에는 죄질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며 “심판 대상 조항은 이를 모두 같은 것으로 보고 무겁게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평등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심판대상 조항은 다양한 유형의 추행 행위를 모두 5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면서도 “13세 미만 미성년자는 아직 정신적·신체적 측면에서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상대방의 추행 행위가 가지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항하여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했다. 추행 행위가 경미하더라도 미성년 피해자들에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
헌재는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신체의 접촉이 호감의 표시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던 과거와는 다르다”며 “경미해 보이는 성적 행위라 하더라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에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짚었다. 이어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의 법정형이 지속적으로 상향되었음에도 범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현행 조항은 합리적이라고 봤다.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법관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도 있어 양형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정이 반영될 여지도 있다는 게 헌재 설명이다.
심판 대상이 된 성폭력처벌법 제7조 제3항은 2020년 5월 현행법으로 개정되기 전엔 징역 5년 이상 유기징역이나 3000만~5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헌재는 2017년 12월 옛 조항에 대해 합헌 판단을 내린 바 있는데, 개정된 조항에도 같은 취지로 첫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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