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명 기소한 특검, 중요한 의혹 남긴 채 ‘미완의 종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왼쪽)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정효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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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 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 사건을 수사한 이명현 특별검사가 지난 28일 33명을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검은 순직 책임자를 지목해 재판에 넘겼고, 군 수사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분노해 수사 결과를 바꿨다는 점을 규명했다. 그러나 ‘구명 로비’ 의혹의 진상은 밝혀내지 못했다.
이 사건은 채 상병이 2023년 7월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수색작업을 하다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사건에서 시작됐다. 초동 수사를 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소장·오른쪽 사진)이 무리하게 수색을 지시해 채 상병이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 보고를 거치며 임 전 사단장이 혐의자에서 빠지는 방향으로 수사 결과가 바뀌었다. 윤 전 대통령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년 넘게 수사하고도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사망 사고 책임자로 임성근 지목
윤석열은 이종섭 도피 혐의 기소
김건희·이종호 관련성 성과 못 내
재판 과정 새 사실 드러날지 관심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사건을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소문을 사실로 확인했고, 군 수뇌부가 위법한 수단을 동원해 수사 결과를 바꿨다는 점을 밝혀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등 12명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임 전 사단장은 순직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시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특검은 그 과정에서 파생된 사건도 수사했다. 윤 전 대통령이 수사를 피하려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왼쪽)을 주호주 대사로 도피시켰다는 의혹, 공수처가 수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하면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을 기소했다. 오동운 공수처장도 재판에 넘겼다. 이 특검은 “어떤 외압에도 휘둘리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겠단 마음으로 수사에 진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의 수사 외압 동기를 설명할 구명 로비 의혹은 밝히지 못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개신교계 원로들을 통하거나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통해 자기 구명 로비를 시도했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등이 조사에 불응하면서 관련 범죄 사실을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전 대표를 통한 로비 의혹 역시 그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약식기소한 데서 더 나가지 못했다.
특검이 핵심 피의자를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하거나,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일부 피의자를 불기소 처분한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특검은 수사 외압 사건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을 “범죄 규명에 조력했다”는 이유로 기소를 유예했다. 이 전 장관 도피 의혹 사건에서도 이재유 전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이 같은 이유로 기소유예됐다. 특검은 청탁을 받고 박 대령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안건 심의 등을 부당하게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는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이 특검은 “사건 발생 후 오랜 시간이 경과해 통화내역 등을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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