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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계엄 1년]③"부정선거 외치면 청년 삶 나아지나" '카운터스'가 관찰한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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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우 추적단 카운터스' 운영자 인터뷰

    온라인 자경단 활동 1년

    “12.3 계엄 뒤 극우세력 진화…폭력성·결속력 강해져”

    “알고리즘이 만든 '극우 세계관'…SNS는 일종의 왕국”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극우세력에 용기 줘…폭력·혐오 노골화”

    “극우 청년들, 그 열정을 집값·노동 문제에 썼으면”



    JTBC

    '극우추적단 카운터스' 운영자.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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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5일. 광주 금남로에 극우 기독교 단체 회원 1만여명이 모였습니다.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 세이브코리아 손현보 목사가 단상에 섰습니다. 핏대를 올리며 윤석열 당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남성이 있었습니다. 의문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내란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다고?"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이탈한 시위대를 따라갔습니다. 그러다 바로 그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줄지어 서 있는 수십대의 버스. '서울 금란교회' '사랑침례교회' '부산초대교회'…. 유리창마다 소속이 적혀 있었습니다. 남성은 버스 64대에 적힌 단체명을 모두 확인했습니다. SNS에 올렸습니다. '극우추적단 카운터스' 계정을 운영하던 A씨였습니다.

    "세계로교회의 세이브코리아 집회를 눈여겨보다가 광주 집회까지 추적하게 됐는데, 여론 왜곡 현장을 직접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카운터스는 온라인에서 극우 유튜버를 감시하고, 혐오발언과 댓글 조작 등의 행동을 플랫폼에 신고해 수익 차단을 막는 활동을 해 왔습니다. 소속과 출신이 다른 100여명이 카카오통 채팅방에서 익명으로 활동을 합니다. 버스 동원처럼 예외적 사례를 제외하면 주로 온라인에서 활동합니다. 일종의 자경단입니다. 법 위에서 도덕적 재단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12.3 계엄이 불러일으킨 사회적 혼란을 보여주고 극우세력의 병리적 행동을 일부 막았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평범한 30대 직장인이라는 계정 운영자를 지난달 28일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만났습니다.

    JTBC

    '극우추적단 카운터스'의 지난 2월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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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극우 기독교 단체의 버스 동원 실태, 어떻게 확신했나?

    A 집회가 끝난 뒤 인파를 태운 버스가 모두 떠난 자리에 30여명이 남았다. "우리가 진짜 광주의 우파다"라고 말하더라. 나머지는 동원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순수하게 모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위대는 "광주가 쪼개졌다" "광주 사람들도 깨어났다"라고 했지만, 그런 주장은 믿을 게 못 된 것이다. 여론을 왜곡하려 했던 정황이 분명했다.

    Q 카운터스 활동은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

    A 1년 됐다. 12.3 계엄으로 광장에 극우 세력이 새롭게 등장했다. 기존엔 어르신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오곤 했지만, 이제는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구호도 강경해진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달라졌다고 느꼈다. 결정적으로 서부지법 폭동을 보면서 일종의 집단이 형성되어 있다고 느꼈다. 이 정도의 물리적 폭력성은 전에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극우 세력의 진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들은 누구일까, 추적해보자는 취지였다.

    Q 아스팔트에 나온 청년들은 지난 1년 어떤 양상을 보여왔나?

    A 지난 4월 1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할 때 학교 점퍼를 입은 학생들이 도열해 있었다. 대부분 극우 청년 모임 '자유대학' 소속이었고, 현 대표인 박준영씨가 오열하며 윤 전 대통령을 포옹해 유명해졌다. 그런 단체가 지금은 현중시위를 이끈다. 명동 등 골목 구석구석을 돌면서 "짱개 북괴 꺼져라"라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Q 이런 단체들은 최근 과격한 혐중 표현을 '자정'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A 이재명 대통령의 엄정 지시가 영향을 줬을 것이다. 집회 제한 통보를 받기도 했고, 일부는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여론도 나빠졌고. 그랬더니 "중국인을 혐오하는 게 아니라 중국 공산당을 반대하는 것"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운다. 하지만 그 공산당이라는 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스스로 대답하지 못한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외부의 비판을 신경쓰고 다른 행동을 보인다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변화를 할 때마다 내부에서는 또 싸움이 일어나더라.

    Q 이들은 왜 가짜뉴스, 음모론에 빠질까?

    A 근거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을 믿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주장은 복잡하고 심오하지 않다. 조금만 팩트체크해봐도 사실과 다르다는걸 알 수 있다. 세뇌당한 느낌도 있다. 극우 청년들 중 많은 수가 극우 개신교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목사들의 설교를 보면 "공산당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교회도 위협할 것"이라는 공포감을 심어준다. 중국과 공산주의에 대한 이상반응, 과잉반응을 이끌어낸다. 주입된, 세뇌된 공포다.

    Q 극우 청년들은 황교안 전 총리,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을 추종한다.

    A 황교안 전 총리는 전략적으로 청년들을 영입한다. 6.3 대선 때 부방대(부정선거부패방지대)를 만들어 청년들을 모은 것이 대표적이다. 투표소를 감시하라며 청년들을 파견했다. 과거엔 6070이 대상이었는데, 다르게 말하면 사업 대상을 바꾼 것이다.

    Q 일부 정치인들이 이들을 이용하고 동원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A 극우 정치 세력이 젊은 층의 애국심을 이용한다고 생각한다. 부정선거든, 중국의 침략이든 청년들 입장에선 "막아야 한다"는 마음이 들 수 있다. 애국심의 발로일 수 있다.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일단 나라를 위하는 마음 자체는 들 수 있는 것이다. 정확한 정보를 주고 교육해 바로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이용을 하는 정치 세력이 더 문제인 것 같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Q 계엄 1년, 청년 극우단체들은 세를 불렸나, 줄어들었나?

    A 물리적인 집회를 여는 집단이 대중적으로 확산이 되는 시기는 끝난 것 같다 .선동된 소수 집단이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집회 인원이 늘거나 줄지 않는 게 근거다. 다만 이미 만들어진 커뮤니티는 공고하다. 극우청년들의 단체 카톡방에 여럿 잠입해 관찰하고 있다. 하루종일 정보를 공유하면서 서로 '애국자'라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Q 단톡방에 올라오는 정보들은 주로 어떤 것인가?

    A 대부분 극우 유튜버들의 게시물이다. '중국인 간첩 99명' 가짜뉴스를 낸 전 스카이데일리 허모 기자가 창간한 '한미일보' 기사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Q SNS, 유튜브 알고리즘은 음모론과 가짜뉴스 확산에 어떤 역할을 하나?

    A SNS에선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게시물만 보여준다. 일부러 제 SNS 계정 하나를 가지고 실험을 해봤다. 극우 성향 게시물로 금세 도배가 됐다. 그것만 보면 이미 지금 대한민국은 중국에게 팔려가기 직전의 나라처럼 묘사가 된다. 속절없이 그 세계 속에 빠져들게 된다. 일종의 왕국이 형성되는 것 같다.

    Q 12.3 비상계엄이 큰 촉발제였다는 분석도 있다.

    A 서북청년당, 백골단 등 권력의 편에서 폭력을 행사한 사람들은 늘 역사 속에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민주적으로 통제가 됐다. 그런데 지난 12.3 내란은 극우 세력에게 큰 용기를 줬다. 나가서 '빨갱이'라고 말해도 되는구나, 폭력을 행사해도 되는구나....대통령이 스스로 '반국가세력의 척결'을 말했기 때문이다.

    Q 활동을 하며 위협을 당해본 적도 있나?

    A 혐오적 댓글 등은 바로 차단한다. 직접적 위협은 당해본 적 없으나, 일부 유투버가 저와 전혀 상관 없는 사람의 뒷모습을 찍어 올린 뒤 "우리가 카운터스의 뒤를 밟았다"고 주장한 적은 있다. 사실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다.

    Q 카운터스는 언제까지 활동할 예정인가?

    A 극우 세력의 기세가 최근 많이 약화됐다. 스스로 더 이상 올릴 게시물이 없어지면 활동이 끝날 것이다.

    Q 극우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대부분 제 또래다. 2030 직장인, 학생들. 집회 모습을 보면 일면 정말 열성적이다. 나라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고양심이 보인다. 안타깝다. 그런 활동은 절대로 우리 세대의 삶을 나아지게 하지 않는다. 반중을 외치고 부정선거를 외치면 우리 삶이 달라지나? 그 열정을 직장 갑질, 임금 체불, 고공상승한 집값 잡기 등에 쓰면 어떨까.

    [인터뷰 목차]

    ①"국제 평화 언급하면 '친중이죠?' 되받는 아이들...판도라의 상자 열렸다"

    ②아스팔트 위 스무살 "나라 먼저 살리고 대학 가려고요"

    ③"부정선거 외치면 청년 삶 나아지나" '카운터스'가 관찰한 1년

    ④"취약 집단 혐오로 쏠리는 에너지...논리 아닌 감성의 극우화"

    ※ 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12월 3일 밤 11시 방송되는 JTBC 특집 다큐 '계엄, 윤석열과 망상의 시간'에 담았습니다. 1년 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왜 계엄을 선포했을까요? 긴박하게 돌아갔던 그날 밤을 정치인, 계엄군, 국회 보좌관, 시민들의 목소리로 되살려 봅니다. 내란 재판 과정의 분석을 통해 계엄의 원인과 계엄이 남긴 악의 유산을 짚어 봅니다.



    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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