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송금 후 연락 두절… "법적 대응"에 납치
무자비한 폭행·협박… 4시간 만에 경찰이 구조
"아직 무섭지만 안 숨어… 방송도 계속할 것"
강도살인 미수 사건 피해자인 게임 유튜버 '수탉'이 폭행을 당한 직후의 내 모습이라며 공개한 사진. 유튜버 수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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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전 납치·살인미수 피해를 겪은 게임 유튜버 '수탉'이 당시 상황과 심경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냥 사람을 믿었을 뿐인데, 그렇게 될지 몰랐다"는 그는 납치 후 폭행을 당하던 순간 정말 죽는 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수탉은 지난 1일 자신의 SOOP(옛 아프리카TV) 채널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자신의 납치 과정과 그때 벌어졌던 일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앞서 수탉은 10월 26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중고차 딜러 A씨 등 2명에게 납치됐다. 차량에 갇혀 충남 금산군까지 끌려갔던 그는 신고를 받고 추격한 경찰 덕분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납치된 지 4시간 만이었다.
차 뒷좌석에 '마스크·목장갑' 남자가…
사건의 발단은 중고차 거래였다. 수탉에 따르면 2023년 한 차례 중고차 거래를 했던 딜러 A씨로부터 올해 "귀한 매물이 나왔다"는 연락이 왔다. "지금 잡아 두려면 계약금이 필요하다"는 말도 들었다. 수탉은 A씨를 믿고 2억 원을 송금했고, 자신의 기존 차량 판매도 맡겼다. 하지만 A씨는 7월 말쯤부터 연락을 피했다. '통행료 미납' 문자메시지도 날아왔다. '새 주인'을 만났어야 할 본인 차량이 자신도 모르는 곳에서 운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게임 유튜버 '수탉'을 납치한 뒤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 남성 2명이 10월 29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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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탉은 A씨에게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자 A씨는 "현금으로 다 돌려주겠다. 합의서만 써 달라"며 수탉을 아파트 주차장에 나오도록 했다. 경비가 있고 폐쇄회로(CC)TV도 많은 장소여서 큰 위험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오판'이었다. A씨는 "차에 타서 금액 확인한 뒤 합의서 쓰고 가라"고 했는데, 수탉은 화들짝 놀랐다. 뒷좌석을 유심히 보니 마스크를 쓴 사람이 목장갑을 낀 채 숨어 있었던 것이다.
수탉은 "소름이 끼쳐서 곧바로 휴대폰을 들어 112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신고까지 한 상태라 A씨가 도망가거나 일이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뒷자리에 타고 있던 B씨가 차량 바깥으로 나왔고, 두 명은 무자비한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 수탉은 "야구배트로 죽일 듯 나를 때렸다"고 전했다. 기절한 척을 해도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죽는구나' 생각하던 때 경찰차 등장
이후 수탉은 케이블타이로 결박돼 차에 태워졌다. A씨 등은 금산군까지 수탉을 강제로 끌고 가면서도 계속 때렸다. "OTP 카드 내놔라" "네 부모님 쪽에도 사람 붙여 놨다" "10억 원은 있어야 살 수 있다" "중식도밖에 없어서 죽이긴 힘들다" 등 위협과 협박도 이어졌다.
게임 유튜버 '수탉'의 유튜브 채널 소개.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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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죽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체념하던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먼 곳에서 차량 불빛이 비쳐 왔다. A씨는 "저거 뭐지? 택시인가"라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경찰차였다. 범인들은 곧장 경찰에 제압됐고, 수탉은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주차장에서 했던 신고 덕분이었다.
구조된 수탉은 병원에 입원했다. 이마와 턱을 각각 30바늘, 5바늘 꿰맸다. 안와 골절, 손가락 골절, 귀 내부 출혈 등 부상도 입었다. 수탉은 "코너 돌 때마다 숨이 막히고 뒤에서 걸음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뛴다. 집 밖이 무서워 상담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제가 잘못한 게 없고, 숨어 있을 이유도 없다. 방송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98만 명이었던 수탉의 구독자 수는 이 사건을 계기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인천지검 형사2부(부장 박종선)는 A씨 등을 강도살인미수·공동감금 혐의로 최근 구속 기소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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