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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팔 수가 없어요" 사놓은 미국 주식 꽁꽁...환율 높인 뜻밖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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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기준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등으로 시중에 풀린 현금이 사상 처음 2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화폐발행잔액은 전월 대비 6조 4463억 원 증가한 199조 5982억 원으로, 이 중 5만원권은 금액 기준 89%, 장수 기준 49%를 차지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펼쳐 보이고 있다. 2025.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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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국민의 노후 보장을 위해 장려한 퇴직연금(DC·IRP) 세제 혜택이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달러 잠김(Lock-in)' 현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을 아끼기 위해 퇴직연금 계좌로 미국 지수 추종 ETF(상장지수펀드)를 매수하는 자금이 급증하면서 달러 자산이 수십 년간 계좌에 묶여 시장에 나오지 않는 '공급 가뭄'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해외 주식 직접 투자(직구)보다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국내 상장 해외 ETF 투자가 '세테크'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해 수익이 나면 매도 시점에 지방세를 포함해 22%의 양도소득세를 즉시 내야 한다. 반면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ETF를 매수하면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가 인출 시점까지 미뤄진다(과세이연). 나중에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세율도 3.3~5.5%(연금소득세)로 현저히 낮다. 이처럼 세테크에 있어 '비교우위'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퇴직연금 계좌로 쏠리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개별 주식 직구의 경우, 투자자가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매도하여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달러가 원화로 환전되며 시장에 달러 공급이 이뤄진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노후 대비용이라는 특성상 중도 인출이 제한적이고, 투자 기간이 최소 10년 이상 장기로 이어진다.

    투자자들이 세제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매도를 극도로 꺼리게 된다. 결국 연금 계좌로 들어간 달러 자산은 수십 년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묶이는강력한 '락인(Lock-in·잠김) 효과가 우려된다.

    실제로 퇴직연금 내 해외 투자 비중은 급증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주요 기관투자가의 외화증권 투자 잔액은 4902억달러(약 690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자산운용사의 투자 잔액은 3430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5.5% 늘었다. 개인들이 퇴직연금이나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 주식 비중을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세제 혜택과 수익률을 좇아 개인과 기관 자금이 동반 탈출하며 환율 상승 압력을 구조적으로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아직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대한 납입 한도가생각보다 적고 근로자들만 사실 가입할 수 있어서 전국민의 재산 형성에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일본은 '신(新)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를 통해 비과세 한도와 기간을 늘려 자금을 증시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해외로 나갈 돈이 국내로 돌아오는 경우 경제에 심리적인 영향을 미치고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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