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총파업·가처분 등 강경 투쟁 예고
공적 지분·정관 문제 맞물리며 논쟁 장기화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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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HMM 부산 이전 시그널이 또렷해지자 HMM 노동조합이 첫 집단 행동으로 맞섰다. 지역 균형발전 구도와 정부의 공적 지분 구조, 수도권 기반 산업 생태계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본사 이전 논쟁은 산업·정책·지배구조가 충돌하는 구조적 쟁점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대통령실 앞에 선 HMM 노조
4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맞은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도다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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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전국사무직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 지부(이하 육상 노조)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맞은 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추진 중인 본사 부산 이전을 "유치로 포장된 강제 이전"이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본사 이전 추진을 '정치 프로젝트' '국가폭력'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정치권 지역공약과 연결된 논의라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회사가 외부 전문기관 용역에서 수도권 본사 유지가 최적이라는 결론을 얻었음에도 해양수산부·해양진흥공사·산업은행이 조직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노조는 앞으로 정부가 노조 동의 없이 이전 절차를 강행할 경우 총파업, 이사 전원에 대한 민형사 책임 추궁, 주총 가처분 신청 등 고강도 대응도 예고했다.
현장에서는 실제 직원과 가족들이 겪게 될 현실적 부담도 제기됐다. 한 조합원은 "7살 딸이 산타에게 소원으로 '가족이 떨어져 살지 않게 해달라'고 썼다"고 말하며 "본사 이전은 직원과 직원 가족들 모두 삶의 터전 전체가 흔들리는 문제"라고 호소했다.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의 본사 이전 반대 기자회견에서 정성철 지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도다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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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자회견은 최근 정부가 내비친 정책 신호가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정부가 내년 1월 HMM 본사 이전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자 노조는 본사 이전 절차가 임박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조는 해양수산부·해양진흥공사·한국산업은행 등이 회사와 본사 이전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해온 정황도 정책 압박의 신호로 보고 있다. 외부 용역에서 수도권 유지가 최적이라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이러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HMM은 사무직 상당수가 노조에 가입한 구조로, 본사 이전 문제는 조직 전체의 생활 기반을 흔드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점도 노조가 집단행동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주소 이전 끝?…"정책·산업·지배구조 다 얽혔다"
'HMM 펄'호./사진=도다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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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본사 이전 논쟁은 찬반을 넘어 산업·정책·지배구조가 얽힌 구조적 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환경과 정부의 정책 시그널이 겹치며 불씨에 다시 기름이 붙는 양상이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이 국회와 언론에서 "해양수도 부산에 HMM이 와야 한다"고 연이어 언급한 것 역시 이런 흐름을 자극한 요인이다.
초기부터 누적된 논란도 여전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HMM 부산 이전을 공약하며 "직원들이 이전에 동의했다"고 언급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 불거진 직원 동의 논란은 이후 이전 논의를 둘러싼 불신의 배경으로 남았다. ▷관련기사: 이재명 "HMM 부산 이전, 직원 동의"…팩트체크해보니
산업계에서는 HMM 본사 이전이 단순한 주소 이전이 아니라 핵심 기능 전반을 새로 짜야 하는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다. HMM 선박이 드나드는 항만은 부산이지만 해운사의 주요 업무는 항만이 아니라 본사에서 이뤄진다. 항로 계획, 운임·용선 전략, 보험·금융 협의, 글로벌 화주 대응 등 핵심 의사결정 체계가 서울에 집중돼 있어 이전은 조직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를 새 환경에 맞춰 재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항로 네트워크와 금융·보험·법률 인프라, 시황 대응 체계가 모두 수도권에 구축돼 있어 외부 용역이 수도권 유지를 최적안으로 본 근거도 여기에 있다.
반대로 부산 이전을 주장하는 논리는 국내 최대 항만 도시가 지닌 해운·물류 집적도와 해양산업 클러스터와의 연계 가능성을 근거로 한다. 지역 기반을 활용한 운영 효율성 확대를 기대하는 시각에서다.
이전 논쟁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 데에는 지배구조적 요인도 있다. HMM은 민간 상장사지만 산업은행과 해진공 등 정부가 지분 71%를 보유한 구조로, 정부 신호가 경영 판단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다. 정관상 본점은 서울로 명시돼 있으며 부산 이전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정관을 바꿔야 하는 사안이다.
정성철 HMM지부장은 "HMM 회생 과정에서 공적자금이 큰 역할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10년 임금 동결과 개인 투자자 설득 등 노동자의 희생이 함께 있었다"며 "대주주는 이미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상당한 회수 이익을 거뒀다. 그런데도 직원과 가족의 희생을 전제로 한 강제 이전을 요구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MM 직원 800여명이 부산으로 옮긴다고 해서 지역 세수나 경제효과가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라며 "실질적 효과는 불분명한데 노동자만 삶의 기반을 포기하라는 요구는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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