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금)

    헌 옷이 재활용될 것이라는 환상 [.txt]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헌 옷 추적기 l 박준용 손고운 조윤상 지음, 한겨레출판, 1만9000원


    이따금 생각해 본다. 수거함에 버리는 옷들은 어디로 갈까? 세탁하고 수선해 누군가 입게 될까. 한데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저 믿을 따름. 가끔 이런 막연한 ‘사회적 신뢰’를 파헤쳐 드러내는 일을 언론이 하는데, ‘헌 옷 추적기’도 그런 결과물이다. 주간지 한겨레21의 세 기자가 의류 수거함 옷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추적했다.



    한국에서 해마다 버려진 헌 옷은 공식 통계로 10만톤. 한국은 중고의류 수출 5위 국가다. 기자들은 버려진 옷들에 153개의 추적기를 붙여 전국 의류 수거함에 넣어 4개월간 추적했다. 옷들은 충격적이게도 말레이시아의 항구로, 인도의 불법 소각장으로, 필리핀의 야적장과 창고로, 타이(태국)의 쓰레기 산으로, 볼리비아의 황무지로 흘러갔다. 의류 수출은 사실상 선진국 쓰레기를 가난한 나라로 내다 버리는 일이었다.



    기자가 찾아간 ‘헌 옷의 수도’ 인도 파니파트 한 마을에선 내내 무언가를 태우는 냄새가 났다. 표백·염색 공장의 폐수는 하천을 검게 물들였고, 혈액암을 앓는 마을 노인은 “어느날 갑자기 물이 더러워졌다”고 말했다. 기자들도 현장에서 두통과 발열을 겪었다.



    단순히 ‘불필요한 옷을 사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다. 선진국의 과잉 소비가 어떻게 개발도상국의 환경과 사람들을 병들게 하는지, 문제가 왜 구조적인지, 우린 이 구조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 가늠해 보잔 제안이다. 연간 50조원 규모의 국내 의류산업이 이익을 내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재활용’했을까. 왜,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얘기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도입되지 않고 있을까.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끝나지 않은 심판] 내란오적, 최악의 빌런 뽑기 ▶

    내란 종식 그날까지, 다시 빛의 혁명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